편의점을 자주 찾는 20대 A 씨와 30대 B 씨. 평소 영화관 가는 게 취미였던 A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출이 어려워지자 편의점에서 간식거리를 사서 ‘집콕’ 생활을 즐기고 있다. 얼마 전 이사를 한 B 씨는 급한 대로 편의점에서 생필품을 구매한다.
그런데 A 씨가 카드사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을 했더니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정기 결제하라는 안내문이 떴다. B 씨는 가스요금, 관리비를 정기 결제하라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는 삼성카드가 도입한 ‘인공지능(AI) 큐레이션 실시간 마케팅’의 실제 적용 사례다. AI가 두 사람과 관련된 4000종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1분 만에 각기 다른 마케팅을 한 것이다. AI는 A 씨의 영화관 결제가 줄어든 정보를, B 씨의 결제 지역이 바뀌었다는 내용을 파악하고 서비스를 안내했다. AI를 활용한 기업들의 고객 맞춤형 마케팅이 60초 단위의 실시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 AI가 개인별 4000개 데이터, 1분 단위로 반영
삼성카드는 지난해 9월 ‘딥러닝 AI’를 활용한 ‘AI 큐레이션 마케팅’을 도입했다. 앱, 홈페이지, 챗봇 등 디지털 채널에 이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AI가 고객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개별 고객의 상황과 니즈, 성향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마케팅을 하는 기법이다.
삼성카드는 이를 위해 월 10억 건 이상의 카드 이용 데이터를 수집해 고객 1명의 정보를 5420개 유형으로 체계화했다. 이 중 4000개 유형의 정보는 실시간으로 반영된다.
AI가 개별 고객의 데이터를 수집해 추천할 상품·서비스를 선정하고, 이를 고객 성향에 맞춰 앱 등에 노출한 뒤 고객 반응을 집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1분에 불과하다. 기존에 최소 3일에서 최대 1주일 정도 걸리던 과정이 대폭 축소된 것이다.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고 이를 유연하게 확장시켜 마케팅에 적용하는 ‘딥러닝 AI’ 기술을 자체 개발한 덕분이다. 삼성카드 BDA(비즈니스데이터분석)센터는 정보기술(IT), 마케팅, 영업 전문가들로 이뤄진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20개월간 이 같은 AI 알고리즘, 실시간 데이터 처리 기술 등을 개발했다.
○ “초개인화, 실시간 마케팅 고도화될 것”
삼성카드의 AI 실시간 마케팅은 도입 이후 5개월간 월평균 300만 명의 고객에게 적용됐다. 실제로 AI가 추천한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한 ‘반응 고객’은 첫 달 80만 명에서 올해 1월 96만 명으로 늘었다. 기존 마케팅에서 10%에 불과했던 반응 고객 비율도 AI 마케팅에선 27%로 증가했다.
C 씨는 최근 삼성카드 챗봇을 통해 ‘다이렉트 오토차량 구매 견적 확인’ 서비스를 안내받았다. 그는 “타던 차가 연비가 떨어져 자주 주유를 한다. 안 그래도 차를 바꾸고 싶었는데 AI가 관심 있는 내용을 추천해줘 좋았다”고 했다.
고상경 BDA센터장은 “기존 마케팅은 회사가 알리고자 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고객을 선정해 노출하는 방식이라 마케터와 고객 모두 피로도가 컸다. AI 실시간 마케팅은 고객이 진짜 원하는 내용을 파악해 맞춤형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또 “초개인화, 실시간을 기반으로 한 금융권 AI 마케팅은 더 고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