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조5000억 원에 이르는 4차 재난지원금 추가경정예산 패키지 중 약 10조 원을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하기로 하며 재정지표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숫자로 드러나는 재정지표는 여전히 건전하다면서도 증가 속도가 빠른 만큼 재정 관리에 나설 때라고 강조한다.
2일 기획재정부는 19조5000억 원 규모의 올해 첫 추경 패키지를 마련하며 총 9조9000억 원의 재원을 국채 발행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5조1000억 원은 세계잉여금 등을 이용하고 나머지 4조5000억 원은 기정예산을 활용할 방침이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4차 재난지원금 재원을 예산 구조조정으로 마련하고 불가피할 경우 국채를 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공개된 추경안은 재원 대부분을 적자국채로 마련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4차례 추경을 하며 이미 대규모 지출 구조조정이 있었고 올해 본예산도 국회에서 요구한 부분에 대한 구조조정을 이미 한 상태였다”며 “재량지출도 대부분이 경기회복과 미래 대비 투자 등 긴급한 소요로 구성돼 있어 조정 여지가 적었다”고 말했다. 애초부터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는데도 정치권에서 여론 악화를 우려해 지출 구조조정을 언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조5000억 원의 추경 패키지 중 기정예산(4조5000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15조 원이 추가 지출로 잡히며 올해 총지출은 573조 원으로 본예산(558조 원) 대비 15조 원 늘어난다. 국채 발행 몫은 빚으로 간주돼 올해 말 국가채무는 예상치(956조 원)를 웃도는 965조9000억 원으로 오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43.9%에서 48.2%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89조6000억 원으로 본예산 대비 14조2000억 원 늘어난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실질적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126조 원으로 커진다.
정부는 국가채무관리계획 등을 통해 내년에 국가채무가 100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4차 재난지원금과 7월로 예정된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 등이 더해지며 올해 국가채무가 1000조 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상황에선 국채 외에는 손실보상금을 마련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만큼 지원금 대부분을 빚을 내 마련해야 해서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공언한 ‘위로금’ 성격의 전국민 지원금이 연내 현실화할 경우 국가채무는 예상보다 빠르게 치솟을 수 있다.
이처럼 주요 재정지표가 일제히 악화하며 나라 가계부를 관리하는 기재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최상대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은 “채무 증가 속도가 좀 빠른 측면이 있어 증가 속도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저출산 고령화와 저성장 추세로 중장기적으로 국가 채무비율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한 해법으로 증세를 꺼내들고 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고소득층과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회연대특별세를 신설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고 대권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증세를 통한 기본소득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증세가 현 정권 내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미 현 정부 들어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을 각각 45%, 25%로 올리고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을 올릴 만큼 고소득자와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실상의 증세가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대한 현금 지원을 하는 상황에서 보편 증세를 논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증세론이 지금보다 더 힘을 받을 경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대한 여론이 악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비과세·감면에 대한 정비나 세수 사각지대 해소를 통한 간접적인 증세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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