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박테리아 내가 잡는다” 세계가 주목하는 슈퍼항생제 개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3일 13시 41분


[게임체인저]<1>인트론바이오

글로벌시장에서 한국 바이오벤처들의 경쟁력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인트론바이오테크놀로지의 경영총괄을 맡고 있는 윤경원 대표. 성남=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글로벌시장에서 한국 바이오벤처들의 경쟁력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인트론바이오테크놀로지의 경영총괄을 맡고 있는 윤경원 대표. 성남=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란 말 그대로 게임의 판도를 바꾸는 사람이나 기술, 서비스, 제품 등을 말한다. 크게 보면 포드의 T형 모델, 플레밍의 항생제 페니실린, 애플의 스마트폰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벤처기업들 가운데 기술력으로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을 지닌 기업들이 적잖다. 아쉽게도 이들 중 상당 수는 가능성에 비해 덜 알려졌거나 충분한 시장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기술이 전부는 아니다. 자금, 마케팅, 리더십 등도 중요하다. 진행 과정에서 가능성이 가능성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시장의 주목을 통해 이런 기업들은 성장하고 꽃을 피울 수 있다.

해당 산업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잠재력 있는 벤처기업들을 찾아 최고경영자에게 직접 설명을 들어보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기업을 선정하고 기사를 작성하는데 국내 대표적인 자산운용사의 애널리스트들과 해당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 최고 경영자와 창업 계기
지난달 23일 오후 경기 성남시 사기막골 벤처단지에 있는 인트론바이오테크놀로지(이하 인트론바이오)사업장을 방문했다. 윤경원 대표이사 부사장이 설명과 질의 답변에 응했다. 윤 대표는 창업자 윤성준 대표이사 사장의 친동생이다.

윤성준 사장은 1969년생으로 서울대 동물자원과학에서 석사를 마친 뒤 1999년 1월 인트론바이오를 설립했다. 윤 사장은 경영을 총괄하면서 주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윤경원 부사장은 1971년생으로 서울대 경영대학원 EMBA 과정을 거쳐 삼성물산, 한국씨티은행 등을 거쳐 2001년 인트론바이오에 합류했다. 경영관리 전반을 맡고 있다.

인터뷰는 창업계기, 재무상황, 향후 비전에 대한 언급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새로운 기술, 신약 개발 등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대한 설명으로 채워졌다.

-창업 계기는 무엇인가?

“윤 사장이 석사를 마친 뒤 5년간 병력특례를 서울대 의대 암연구센터에서 연구원 생활을 한 게 창업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 서울대병원에서 유전자 시약을 많이 수입해 사용했다. ‘이런 게 왜 이렇게 비싼 거야? 이 정도면 굳이 수입하지 않고 국내에서 얼마든지 자체 개발해도 되겠다 싶었다’고 한다.

영업, 관리 분야 사람과 함께 3명이 창업했다. 한 때 잘 나가다 2000년 닷컴버블이 꺼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다른 사람들은 퇴사했다. 지금은 윤 사장 외에 2006년 합류한 서울대 공업화학과 출신 강상현 박사, 바이오벤처 경력을 가진 전수현 센터장이 기술개발을 이끌고 있다.”

◆인트론바이오의 게임 체인저 병기는?
인트론바이오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박테리오파지’와 ‘엔도리신’을 기반으로 하는 바이오 신약 개발 전문 벤처기업이다. 기존 합성항생제에 대한 내성균을 치료하는 ‘슈퍼박테리아 바이오신약’을 개발한다. 관련 핵심 기술도 여럿 보유하고 있다.

플레밍이 항생제 발견한 이후 세균 치료는 급속도로 발전했지만 비슷한 속도로 세균들도 내성을 키웠다. 급기야 어떤 유형의 항생제도 이겨내는 슈퍼박테리아마저 등장했다. 항생제 오남용 문제가 의학계에서는 심각한 이슈로 부각한 지는 이미 오래 전이다.

박테리오파지는 세균의 공격을 막는 수동적 개념이 아니다. 반대로 박테리오파지가 세균의 세포벽을 뚫고 들어가 이를 파괴해 내성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바이오신약이다. 항생제 신약개발의 ‘게임 체인저’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를 바탕으로 하는 응용 적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엔도리신(Endolysin)은 세균 증식을 막는 기존 합성항생제와는 달리 특정 세균을 사멸시키는 완전히 새로운 계열의 항생물질이다. 인트론바이오는 가장 우수한 엔도리신을 찾아서 자체의 단백질공학 기술과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활용해 신약물질을 만들어 낸다.

인트론바이오의 기술력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은 2010년. 한국거래소의 기술성평가제도를 통과하고, 2011년 1월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7번째로 기술성평가제도를 적용받아 상장한 기업이다.

인트론바이오의 게임체인저 병기는 바로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 구균)을 타겟으로 한 신약후보 물질 ‘SAL200’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적으로 등록해준 성분명은 ‘Tonabacase(토나바케이즈)’다. 세계 항생제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새로운 개념의 약물이다.

인트론바이오는 바이러스(virus)를 타겟하는 파지러스(PHAGERUS) 기술도 개발해냈다. 인트론바이오가 이 기술의 1차 적용 대상으로 삼고 있는 곳은 인체 독감백신이다. 이후 조류독감 백신, 주로 돼지에서 발견되는 G4 바이러스 백신 순서로 개발할 예정이다.

인트론바이오는 이와 함께 인류가 당면한 시급한 과제인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박테리오파지를 적용할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

◆올해 안에 미국 임상 IND 신청할 계획
윤경원 대표가 바이오 신약 개발의 핵심기술인 ‘박테리오파지’와 ‘엔도리신’을 작동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윤경원 대표가 바이오 신약 개발의 핵심기술인 ‘박테리오파지’와 ‘엔도리신’을 작동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인트론바이오는 신약에 대한 원천기술을 개발, 이 기술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하는 회사다. 최종 신약개발 및 약품 개발은 수조 원이 들어가 벤처로서는 시간과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인트론바이오는 2018년 11월 스위스의 다국적 제약사인 로이반트에 ‘SAL200’와 약 1조 원 규모의 기술수출(라이센싱-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1000만 달러, 개발 상업화에 따른 단계에 따라 지급받는 조건으로 총 6억6750달러를 받는다. 또 약품 개발시 제품 판매의 10% 정도를 로열티로 받기로 했다.

이 제품에 대한 임상 1상 및 임상 2상은 서울대병원에서 실시했다. 윤 부사장은 “서울대병원이 가장 엄격한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만큼 국내외 신뢰도가 높다”며 “성공적인 데이터가 나와 올해 3,4분기에 미국 FDA에 IND(임상시험계획)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상에 대한 비용은 모두 로이반트사가 부담하고 인트론바이오는 이에 대한 기술적인 지원을 하는 구조다. 최종 제품이 시장에 나오면 최고 판매액(Peak Sale)은 연 1조~2조 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트론바이오는 매년 1000억~2000억 원의 로열티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분자진단 키트가 캐시카우 역할
신약개발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기 십상이다. 유전개발처럼 터지기만 하면 대박이지만 그 전까지는 연구를 거듭하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 현금이 원활히 조달되지 못하면 연구가 중단될 수도 있다.

초기에 투자해 회사의 어려운 문제로 남아있던 벤처캐피털 회사가 작년에 털고 나가 한결 가벼운 마음이라고 한다.

-현재 인트론바이오의 현금상태는 어떤가?

“작년 매출 454억 원에 영업이익 161억 원, 당기순이익 약 150억 원 정도가 예상된다. 박테리오파지 기반 기술 개발과 함께 캐시카우 사업으로 진행해온 분자진단사업 분야에서 큰 수익을 올린 결과다. 작년에 코로나19가 발생해 예상치 못했던 실적이 오른 측면도 있다.

연구개발에 자금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다. 다행히 2019년에 400억 원 증자에 성공했고 이전에 남아있는 자금 등을 포함해 적어도 7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앞으로 개발할 분야가 많다. 신약물질 R&D에 장기간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아껴 써야겠지만 현재로서는 자금 우려는 하지 않고 있다. 분자진단사업도 계속 현금창구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본다. 과거에는 신규 영업하기가 힘들었다. 작년에 제품이 귀했으니 영업하기 쉬웠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들더라도 우리 제품을 사용해본 곳을 대상으로 진단키트 판매 영업을 강화할 생각이다 ”

◆진행되고 있는 추가 프로젝트
윤대표는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대장암 치료제와 동물 사료에 들어갈 친환경적 항생제 개발도 주요 사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성남=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윤대표는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대장암 치료제와 동물 사료에 들어갈 친환경적 항생제 개발도 주요 사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성남=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인트론바이오는 SAL200외 탄저균을 타깃으로 하는 BAL200, 장구균을 타깃으로 하는 EFL200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BAL200은 전 임상을 마치고 올해 임상1상에 진입해 빠르면 2023년에 미국 허가를 받아 상용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FDA가 슈퍼박테리아 문제의 심각성과 여론을 고려해 박테리오파지를 활용한 의약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글로벌 대형제약사들도 이에 대해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인트론바이오는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대장암 치료제 개발을 추진 중이다. 동물 사료에 들어갈 친환경적 항생제 개발도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다.

흥미로운 것 중 하나가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대체육 시장이다. 채식주의자가 늘고 있고, 햄버거 프렌차이즈들이 앞다퉈 대체육 패치를 내놓고 있다. 콩을 이용해 고기 맛을 내는 대체육은 얼마나 실제와 가까운 식감, 향, 색깔 등을 구현하는가에 달렸다. 인트론바이오는 인공혈액을 개발하던 중 대체육에 들어갈 대체혈액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와 관련한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이 회사의 개발 본류는 아니지만 분자진단분야가 지속적인 R&D를 가능케 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해주듯 대체육 관련 사업이 뜻밖의 현금창구 역할을 해준다면 장기적인 바이오 신약개발을 위한 버팀목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윤 부사장은 “인트론바이오의 연구개발은 지속적인 성과를 도출해 나갈 것이며,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함께 지속적인 R&D 투자와 기술수출을 통한 조기 수익 창출로 기업의 퀀텀 (Quantum) 성장을 이루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의 코멘트
한국바이오벤처들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의미 있는 성과들을 글로벌시장에서 보이고 있다. K바이오가 기술력과 잠재력에서 아직까지 저평가 되어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K바이오가 여러 분야에서 퀀텀 점프를 하고 있다. K바이오는 새로운 기회 앞에 서 있다. 분명한 것은 글로벌시장에서 한국 바이오벤처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점점 확대돼 가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인트론바이오는 바이오신약, 분자진단, 동물용 항생제대체재를 개발하는 회사로서 특히, 진단사업 분야에서 코로나 19관련 완제품인 진단 키트뿐 아니라 원재료인 시약원료, 추출, 증폭 제품 등의 개발 기술력을 보유한 바이오벤처다. 신약 개발 분야에서도 조 단위의 기술수출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고 있어 눈 여겨 지켜볼 만한 벤처기업이라고 본다.

성남=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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