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는 김모 씨(38)는 정부가 2일 발표한 4차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체육관을 집합금지 업종에 지정했기 때문이다. 김 씨가 받을 지원금은 500만 원. 하지만 체육관 임대료와 관리비 650만 원을 포함해 고정 비용만 한 달에 1300만 원이 나간다. 김 씨는 “우리가 수도권 외곽에서 저렴한 임대료를 부담하는 체육관과 같은 지원금을 받는 게 불합리하다”며 “서울 강남에서 1000만 원 넘게 월세를 내고 있는 이들은 정부 지원금을 받아 이자만 겨우 갚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4차 재난지원금을 방역조치 강도와 업종별 피해에 따라 5개 유형으로 나눠 100만∼500만 원을 지급한다고 밝혔지만 형평성 논란이 다시 반복되고 있다. 같은 유형에 속한 사업장이어도 임대료 등 사업비용과 피해액이 달라 불만이 나온다. 정부가 매출 기준을 소득 등으로 대체해 정교하게 다듬거나 대출 지원을 늘리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식당, 카페, PC방 등 정부의 방역조치에 따른 집합제한 업종 종사자들이 4차 지원금을 두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집합제한 업종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감소해야만 3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집합제한 업종에 매출 비교는 너무 잔인하다’라는 청원 글도 올라왔다. 2000명이 넘게 동의한 이 청원의 필자는 “집합제한을 받지 않았다면 더 증가했을 매출이 이번에 조금 증가한 데 그친 피해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출이 감소하지 않고 약간 늘어난 자영업자도 지원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 씨도 “2019년 하반기에 가게를 개업해 초기 매출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매출이 비교적 올랐다고 지원금을 못 받는 건 억울하다”고 했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의 김종민 대변인은 “같은 집합금지 업종이어도 매출은 천차만별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집합금지 업종을 뭉뚱그려 지급하는 점은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해 업종 평균 매출이 전년보다 20% 이상 줄어든 여행·공연업 등 경영위기 업종은 지원금을 200만 원 받게 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피해 규모에 비해 지원금이 적다”고 말한다. 서울 종로구에서 중소 여행사를 운영하는 정모 씨는 “우리 여행사는 집합금지 업종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매출이 90% 이상 줄었다. 사실상 집합금지 업종과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3단계였던 지원 유형을 5단계로 세분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정부가 정치권의 ‘속도전’에 휘둘려 1년간 세밀한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5월에 신고하는 2020년도 소득 자료를 신속하게 반영해 소득 기준으로 피해를 계산해야 한다. 당장 코로나19 종식이 어려운 만큼 내년 5월 소득 신고 전에 올해 소득을 파악하는 등 보완책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정비 손실을 기준으로 피해 보상 비율을 정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대출을 1차적으로 폭넓게 제공한 뒤 대출액에서 피해액을 차감하는 미국식 급여보호프로그램(PPP)과 유사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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