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계약자도 건강관리 허용 따라
신한생명-삼성화재 등 출시 채비
보험료 할인 등 연계상품도 속속
“의료정보 개방 등 후속조치 필요”
퇴근 후 운동을 즐기는 직장인 김모 씨(29)는 요즘 체육관에 가는 대신 스마트폰 앞에 선다.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자주 보는 필라테스 강습을 따라 하면,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동작인식 기술이 탑재된 인공지능(AI)이 운동 자세를 바로잡아 준다. 김 씨는 “AI가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니 직접 코칭을 받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는 신한생명이 지난해 12월 베타버전(시험판)으로 내놓은 AI 헬스케어 플랫폼 ‘하우핏(How-Fit)’의 이용 사례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2월 보험 계약자뿐 아니라 일반인을 상대로 건강관리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자 신한생명이 보험업계 최초로 일반인 대상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다.
보험사 헬스케어 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점차 완화되면서 새로운 서비스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치료보다 예방에 초점을 둔 건강관리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 높아져 보험업계의 헬스케어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규제 완화에 새 서비스 속속 등장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올해 상반기(1∼6월)에 보험사가 헬스케어 자회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이어 하반기(7∼12월)에는 보험사가 제공할 수 있는 건강관리 기기의 금액을 현행 10만 원에서 확대하고 보험업계와 헬스케어 업계 간의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데모데이도 개최하기로 했다.
이 같은 규제 완화 움직임에 보험사들은 헬스케어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생명은 상반기 중 하우핏 정식 버전을 내놓을 예정이다. 삼성화재는 최근 ‘애니헬스(AnyHealth)’ 상표권을 출원하며 헬스케어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헬스케어 서비스와 연계한 보험상품도 진화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2일 자사 건강관리 서비스 앱 ‘헬로(HELLO)’와 스마트워치를 연동해 운동량에 따라 보험료 혜택을 주는 상품을 내놨다. 걷기만 반영하던 기존 1세대 상품에서 나아가 심박수, 스트로크, 고도 등을 기준으로 러닝·수영·등산·사이클 등의 운동량을 측정해 보험료를 깎아주는 2세대 상품이다. 가령 등산 1km당 2170보로 환산해 일정 기준을 달성하면 다음 달 보험료를 25% 할인해주는 식이다. 이 같은 건강증진형 보험 상품의 계약 건수는 2018년 6만8516건에서 지난해 상반기 48만103건으로 600% 급증했다.
○ 의료데이터 개방 등 추가 조치 뒤따라야
보험사들은 “헬스케어 서비스는 보험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라며 “건강관리뿐 아니라 인생 전반을 관리해주는 ‘라이프 케어’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보험업계의 헬스케어 서비스는 해외에 비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일본의 니혼생명은 지난해 ‘웰니스 스타’라는 건강관리 서비스 전문 브랜드를 내놓고 건강보험조합, 고객 등으로부터 의료데이터를 수집해 체계적인 당뇨 예방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일본 다이이치생명, 중국 중안보험 등도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헬스케어 서비스가 보험업계의 미래 신산업으로 자리 잡으려면 의료데이터 개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은 공익 목적이 아니란 이유로 보험사에 의료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헬스케어 서비스는 사회 전반의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어 모두가 ‘윈윈’하는 사업이지만 의료데이터 활용이 막혀 있다”며 “가명 정보 등의 형태로 의료데이터를 제공하는 방안을 공론화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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