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9시 국토교통부가 신규 공공택지 추진계획 대상지로 지정한 광주광역시 광산구 산정지구 일대.
허물어져 가는 1층 규모 기와집과 외벽 곳곳이 검은 때가 묻어 사람이 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주택 20여 채가 눈에 띄었다.
주택 사이로는 이곳이 주거지역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농경지가 무수하게 자리 잡고 있었고, 농경지마다는 심어진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묘목들이 철제 구조물에 지탱해 자리 잡고 있었다.
마을 어귀를 지나 차량으로 통행할 수 없는 골목길에 들어서니 길이 5m가 족히 넘는 우거진 나무숲이 펼쳐졌고, 1만㎡가 넘는 일부 구간에서는 굴삭기로 나무가 벌목돼 있었다.
일대를 오가는 산정마을 원주민들에게 지역 사정을 묻자 ‘외지인들에 의한 난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평생 산정마을에서 거주한 김모씨(66)는 “지난달 이곳에 공공택지가 조성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토지를 매입한 외지인들이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며 “사용하지도 않는 농경지에 나무를 심어 토지보상가가 높게 책정되게 하려는 꼼수다”고 말했다.
이어 “산정마을에는 현재 40여 가구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며 “주민 대부분은 60대에서 80대인데 공공택지 조성 공사가 시작되면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 이 때문에 원주민들 대부분은 공공택지 조성을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마을주민과 공인중개사는 공공택지 조성 지정 소식에 앞서 서울과 경기 등의 외지인들이 토지를 구매했고, 투기 목적의 매입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마을 주민 김모씨(64)는 “지난해 가을부터 마을에 살지 않는 외지인과 공인중개사가 땅을 알아보러 다니는 모습을 여러 차례 봤다”며 “당시에는 공공택지가 조성되는지 몰라 그러려니 했지만 이제야 왜 토지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졌는지 알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어 “건설사로 알려진 한 업체는 지난해 10월쯤 마을 인근 야산 4000평(1만3223㎡)가량을 매입했다”며 “나무를 심기 위해 해당 업체가 토지를 매입했다고 광산구청 실무자에게 전해 들었는데 이미 해당 야산에는 나무가 우거져 있었다. 나무를 벌목하고, 나무를 다시 심는다는 게 투기 목적이 아니고선 무엇이냐”고 했다.
인근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부동산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공공택지 조성 소식이 알려지기 전부터 법인과 업체 등의 외지인들이 산정지구 땅을 구매하고 싶다는 문의 전화가 종종 있었다”며 “지난해부터는 시세가 맞으면 하나씩 거래가 성사되기도 했다. 한 업체는 지난해 대규모로 토지를 매입했는데 정황상 투기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국토교통부는 신규 공공택지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광주 산정지구 168만㎡ 부지에 1만3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정지구에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과 연계, 빛그린산단 등 근로자를 위한 주거지를 제공하고 스마트 물류, 청년 창업 플랫폼 등이 조성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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