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명·시흥지구에 땅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LH 직원들은 신도시 택지를 우선 공급받기 위해 ‘1000m² 이상’ 단위로 땅을 쪼개 매입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보유 토지에 대해 현금으로 보상받은 뒤 추후 신도시 택지를 분양받아 웃돈(프리미엄)을 챙기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8일 시흥시 토지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들은 각 필지를 대부분 1000m²를 넘는 크기로 쪼개서 매입했다. 부동산업계에서 이는 일반적이지 않은 투자 방식으로 통한다. 1000m²가 넘는 농지를 매입하려면 영농계획서를 제출한 뒤 농지취득자격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농지 인근에 실거주하면서 직접 농사를 짓지 않으면 추후 매도 시 양도소득세가 중과된다. 반면 1000m² 미만의 땅은 주말농장으로 인정돼 각종 규제를 받지 않는다.
토지 전문가들은 LH 직원들이 허위 영농계획서를 만드는 등 법을 어겨가며 1000m² 이상 단위의 땅을 매입한 것은 ‘협의 양도인 택지공급’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고 있다.
LH는 공공택지로 지정된 땅을 갖고 있는 토지주에게 현금이나 땅을 대신 주는 대토 방식으로 보상하고 있다. 이 중 대토보상은 해당 지역에 실제 거주해야 하기 때문에 LH 직원들처럼 실제 거주하지 않는 사람은 후순위로 밀린다.
해당 지역에 살지 않는 토지주 가운데 1000m² 이상 크기의 토지를 보유한 사람은 ‘협의 양도인 택지공급’ 대상이 된다. LH가 보유 토지에 대해선 현금으로 보상한 뒤 추가로 신도시 택지를 땅 주인에게 우선 공급하는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신도시 택지는 기반시설이 갖춰진 반듯한 모양인 데다 분양가가 저렴해 프리미엄이 불을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다만 보유 토지가 1000m² 미만으로 작으면 협의 양도인 자격을 얻지 못한다.
특히 협의 양도인이 되려면 신도시 발표 전부터 토지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한 토지보상 전문 세무사는 “LH 직원들이 진짜 농사를 지으려 했거나 단순 투자가 목적이었다면 굳이 법을 어겨가며 1000m² 이상 땅을 취득할 이유가 없다”며 “공공택지 보상 규정을 잘 알고 있었고, 공공택지로 개발될 거라는 예상을 했기 때문에 이같이 땅을 매입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토지투자 전문가는 “밭에 나무를 심은 것도 이전비 등 보상금을 높이는 한편 농사를 짓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방편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단순히 투자 목적으로 땅을 매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관련 법령을 개정해 이달부터 협의 양도인 토지보상 면적 기준을 수도권의 경우 1000m²에서 400m²로 완화했다. 아울러 협의 양도인에게 택지 대신 지구 내 아파트를 특별공급할 수도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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