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서비스하는 게임 ‘메이플스토리’에서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일부 능력치는 아무리 돈을 들여도 애초에 달성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넥슨 측은 이 같은 사실을 10년 동안 이용자들에게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확률형 아이템의 사행성 등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논란은 넥슨이 확률 조작 여부를 해명하라는 요구에 따라 메이플스토리에서 유료로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5일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게임 내에서 이용자들은 개당 1200∼2200원인 ‘큐브’라는 아이템을 구매하면 장비를 강화하거나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 옵션을 일정한 확률로 얻을 수 있다. 이 중 선호도가 높은 ‘보스 몬스터 공격 대미지 증가’나 ‘몬스터 방어율 무시’만으로 이뤄진 옵션 3종을 얻기 위해 이용자들은 반복적으로 큐브를 구매해왔다. ‘보보보’ 또는 ‘방방방’이라고 불리는 옵션을 기대하며 일부 이용자들은 많게는 수백만 원을 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넥슨은 큐브가 도입된 2011년부터 시스템상으로 ‘보보보’나 ‘방방방’이 불가능하도록 설정했다는 사실을 5일 뒤늦게 공개했다. 애초부터 2개까지만 얻을 수 있고 3개는 채울 수 없었다는 뜻이다. 넥슨은 “특정 캐릭터의 능력치가 지나치게 높으면 게임 내에서 다른 유저들과의 균형이 깨질 수 있기 때문에 취한 조치”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을 이용자들은 10년 동안 몰랐다는 데 있다. 애초에 불가능한 것을 달성하기 위해 돈을 써온 것이다. 한 이용자는 “슬롯머신에서 트리플 세븐(숫자 7이 3개 나오는 것)이 나오는 걸 막아 놓은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9일 넥슨 측은 이와 관련된 논란을 설명하기 위해 이용자 간담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뽑기’ ‘랜덤박스’로 불리는 확률형 아이템은 현재 역할수행게임(RPG), 스포츠 등 주요 게임에 광범위하게 도입돼 있다. 게임의 재미를 더 높이는 요소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당첨 가능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희박한 확률에도 반복 구매를 유도해 사행성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이에 2015년 게임사들은 자율규제를 통해 확률을 일부 공개해 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에서 공개된 확률과 실제 확률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확률 조작’ 논란이 불거졌고, ‘확률 0%’를 숨겼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비판이 거세졌다. 이에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여야 구분 없이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비판하고 있다.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는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 구성 비율, 획득 확률 등의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규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게임사들은 확률은 영업상 기밀에 해당되고 현재의 자율 규제로도 충분한 만큼 법제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게임에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는 반응도 있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이 판매하는 ‘럭키백’ 등도 확률을 밝히지 않는다”며 “게임만 콕 집어 규제하려는 건 여전히 게임을 산업으로 인정하지 않고 도박과 같은 문제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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