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LH가 자체 공급하는 토지를 사들여 5000만 원이 넘는 차익을 챙겼지만 경고 수준의 징계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LH 직원 투기 의혹과 관련해 정부가 14일 LH 내부 통제 방안을 내놓았지만 투기에 관대한 LH의 고질적인 병폐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어떤 제도 개편도 임시방편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공개된 LH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직원 A 씨는 2014년 8월 한 사업지구 내 LH의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 1필지(253m²)를 4억5540만 원에 매입했다. 이는 또 다른 LH 직원인 B 씨 권유에 따른 것이었다.
LH는 자체 공급하는 토지를 직원이 매입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토지가 팔리지 않아 LH가 희망자와 수의계약할 때는 예외적으로 직원도 해당 부동산을 살 수 있게 하고 있다. 다만 이런 땅을 산 직원은 매입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감사 담당 부서장에게 신고해야 하고, 계약일로부터 1년 동안은 전매가 금지된다.
A 씨는 LH 공급 토지를 수의계약으로 매입하고서도 LH에 신고하지 않다가 2015년 4월 매각 후에야 신고했다. 당시는 매입일로부터 불과 8개월이 지난 시점으로 토지를 팔면 안 되는 때였다.
매도 계약서도 허위로 작성했다. A 씨는 실제 해당 토지를 5억810만 원에 팔아 5270만 원의 차익을 거뒀다. 하지만 이들은 계약서에 4억5540만 원의 매입 금액 그대로 팔았다고 적었다. 계약일 역시 전매제한 규정을 의식한 듯 실제 계약일보다 4개월 뒤인 2015년 8월로 기재했다.
이런 사실은 A 씨가 토지를 매도한 후 3년이 지난 2018년에야 국무조정실 공직기강 점검을 통해 드러났다. LH는 국무조정실로부터 해당 내용을 통보받고 나서야 감사에 착수했다.
토지 매매 차익(5270만 원) 중 A 씨는 770만 원을 갖고 B 씨는 4500만 원을 가졌다. LH 감사실은 이들이 전매제한 규정을 위반해 견책, 감봉, 정직, 강등, 해임, 파면 등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지만, B 씨만 파면했을 뿐 A 씨에 대해서는 경고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2018년 당시만 해도 내부 인사 규정상 전매제한 위반에 따른 징계 시효가 ‘발생일로부터 2년’(2019년부터 3년으로 개정)이어서 징계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에서였다.
LH 직원 투기 의혹과 관련해 정부는 14일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LH 후속조치 관계장관회의’에서 “(LH의) 내부 통제 방안을 전면 쇄신할 것”이라며 “실제 사용 목적 외 토지 취득을 금지하고, 임직원의 토지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상시로 투기를 예방·관리하는 감독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LH가 과거에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은 결과가 지금의 땅 투기 의혹을 낳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오랜 기간 관행처럼 쌓여오던 각종 불법이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계기로 터져나온 것”이라며 “투기가 일부의 일탈이 아니라 관행화돼 있다면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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