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도 내 속살처럼 깨끗해져야 하니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6일 03시 00분


식물성 원료만 쓰고 종이 용기에 담고… ‘클린 뷰티’ 바람

재활용 우수 등급을 받은 아로마티카의 헤어 제품. 각 사 제공
재활용 우수 등급을 받은 아로마티카의 헤어 제품. 각 사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화장품 업계에도 ‘클린 뷰티’ 열풍이 불고 있다. 재활용이 쉽도록 화장품 용기를 바꾸거나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비건 화장품’을 선보이는 업체들이 늘기 시작한 것.

뷰티 브랜드 아로마티카는 최근 국내 최초로 헤어케어 전 제품 용기를 투명 재생페트(PCR·Post Consumer Recycled PET)로 바꿔 ‘재활용 우수’ 등급을 받았다. 색깔이 없는 투명 페트는 유색 페트보다 순도 높은 고품질 페트병으로 재활용될 수 있다. 제품에 붙은 라벨도 물에 잘 녹아 쉽게 분리되는 ‘수분리 라벨’을 사용했다. 뒷면에 QR코드도 삽입돼 있어 코드를 스캔하면 제품에 대한 상세 정보와 분리 배출 가이드를 확인할 수 있다.

환경부의 자원재활용법 개정에 따라 술, 음료수 등은 포장재 재활용 등급을 표시해야 하지만 화장품 업계는 아직 예외다. 화장품 용기는 화려한 디자인이 매출과 직결되는 데다 성분이 변치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혼합 재질로 만들어진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 이슈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이처럼 선제적으로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김영균 아로마티카 대표는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해 기업이 먼저 나서야 한다”며 “재활용 관련 용기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종이 튜브 샘플.각 사 제공
아모레퍼시픽의 종이 튜브 샘플.
각 사 제공
플라스틱보다 친환경적인 ‘종이 용기’ 개발도 한창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장기간 유통이 가능한 종이 용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기존에도 종이 튜브를 개발한 곳이 있었지만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재질의 용기보다 유통기한이 짧았다. 공기 등 기체가 잘 통하는 종이 소재의 단점을 보완하기 어려워서였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나노박막차단 기술로 최대 3년간 쓸 수 있는 종이 튜브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아모레퍼시픽은 올 상반기 클린 뷰티 브랜드인 프리메라 제품에 이 종이 튜브를 적용해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대표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한국콜마도 지난해 11월 50kg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종이튜브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콜마는 올해부터 고객사들에 종이 튜브의 사용을 적극 권장할 계획이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고객사들의 종이 튜브 등 친환경 패키지 관련 문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향후 홍보용 샘플을 활용해 본격적인 영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소비자가 늘면서 화장품 업계도 ‘클린 뷰티’를 강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비건 인증을 받은 더샘의 ‘어반 에코 하라케케’ 제품. 각 사 제공
친환경 소비자가 늘면서 화장품 업계도 ‘클린 뷰티’를 강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비건 인증을 받은 더샘의 ‘어반 에코 하라케케’ 제품. 각 사 제공
동물성 원료와 동물 실험을 배제하는 ‘비건 화장품’도 주목받고 있다. 더샘은 자사의 ‘어반 에코 하라케케’ 라인의 13개 전 제품이 이탈리아의 비건 인증 협회인 브이라벨사에서 비건 화장품 인증을 획득했다고 지난달 밝혔다.

친환경적이거나 동물 복지를 고려한 화장품만 판매하는 편집숍도 생기고 있다. 지난달 26일 문을 연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지하 2층에는 클린 뷰티 브랜드 편집숍 ‘비클린’이 입점했다. 이곳에서는 30여 개의 비건 브랜드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제조 과정의 윤리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늘었다”라며 “이 같은 ‘클린 뷰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지구#식물성 원료#종이 용기#클린 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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