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 문모 씨(33)는 얼마 전 한 호텔예약 플랫폼을 통해 10만 원대 호텔을 예약해 하룻밤을 묵었다. 다른 호텔예약 플랫폼에선 호텔을 검색조차 해보지 않았다. 문 씨는 “어차피 플랫폼마다 가격이 거의 비슷해 다른 호텔예약 플랫폼에서 검색하여 비교해 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문 씨처럼 한 곳의 호텔예약 플랫폼 가격만 확인하면 ‘최저가 숙박’ 기회를 놓칠 수 있다. 1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인터파크 부킹닷컴 아고다 익스피디아 호텔스닷컴 등 호텔예약 플랫폼이 국내 호텔과 맺은 계약 내용을 심사하고 ‘우리 회사에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라’는 식의 최저가 보장 조항을 시정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간 국내 호텔들은 호텔예약 플랫폼과 계약을 할 때 이런 최저가 보장 조항을 넣었다. 호텔예약 플랫폼이 계약에 해당 조항을 넣으면 더 많이 검색되게끔 해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해당 플랫폼에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객실을 내놓고 다른 플랫폼에는 더 유리한 조건으로 숙박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는 식의 계약 조항은 호텔예약 플랫폼끼리의 경쟁을 제한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A호텔이 호텔스닷컴과 객실을 10만 원에 팔기로 계약을 하면 같은 객실을 익스피디아나 인터파크 등에 10만 원 미만으로 팔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국내 호텔들은 모든 호텔예약 플랫폼에 같은 물량의 객실을 공급하고, ‘100% 환불 가능’ 같은 취소 조건도 동일하게 제공해야 했다.
호텔업계는 이런 조항이 가격 경쟁을 제한한다며 2019년 7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조찬간담회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공정위는 같은 해 12월 서울과 제주도에 있는 호텔 16곳을 방문해 호텔예약 플랫폼과의 계약서를 점검했다. 호텔예약 플랫폼 5곳은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스스로 해당 조항을 삭제하거나 수정했다.
호텔들도 앞으로 자사 홈페이지에만 유리한 조건을 적용할 순 없게 된다. 하지만 홈페이지를 통하지 않고 호텔에 전화, 방문, e메일 등을 통해 직접 예약하는 소비자에게는 호텔예약 플랫폼보다 저렴하게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 김성근 공정위 서비스업감시과장은 “호텔들은 앞으로 특정 호텔예약 플랫폼을 대상으로 객실 요금을 낮추는 등 적극적인 판매 촉진 전략을 펼칠 수 있다”며 “시장 전반적으로 가격 경쟁이 발생해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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