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딜레마에 빠졌다. 투기 의혹이 제기된 LH 직원들에게 무더기 대출을 해준 북시흥농협에 대한 현장 조사에 나설 방침을 세웠지만 현행법을 어긴 불법대출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쉽사리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별다른 소득이 없을 경우 부실 조사라는 역풍을 맞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번 주 북시흥농협에 대한 현장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9명의 LH 직원들이 100억원가량을 투입해 시흥 등지에서 농지를 사는 과정에서 북시흥농협에서만 총 43억원의 대출이 이뤄졌다.
금감원은 특정 지점에서 무더기 대출이 발생한 배경과 대출 과정에서 불법 혐의가 있는지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당초 금감원은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한 금융권의 대출 현황을 예의주시만 해왔다. 하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금감원을 콕 집어 조사를 지시하면서 현장조사를 서두르게 됐다.
홍 부총리는 지난 12일 관계장관회의에서 “LH 투기 사건은 은행권 특정 지점에서 대규모 대출이 집단으로, 집중적으로 이뤄져 가능했다”며 “그러한 대출이 어떻게 가능했고, 대출 과정상 불법 부당 또는 소홀함은 없었는지 맹점이나 보완점은 없는지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감원 등 감독기관은 그 프로세스를 철저히 조사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농협중앙회가 북시흥농협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대출 과정에서의 위법성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LH 직원들이 북시흥농협에서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법에 걸리는 것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농협중앙회 조사 결과 대출 과정에서의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은 까닭에 금감원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현장조사까지 나갔지만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할 경우 자칫 ‘부실 조사’라는 역풍이 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입장에선 현장 조사를 안 할 수도 없고 하려고 하니 ‘밝혀낼 수 있는 사안이 과연 있을지 우려하는 셈이다.
금감원은 일단 농협중앙회가 실시한 북시흥농협의 대출 현황 등을 재차 점검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LH 직원들에 대한 북시흥농협의 대출 과정에서 LTV(담보인정비율)를 초과했는지, 서류를 부실하게 제출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