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주택 공시가격을 두고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간 공방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는 부실한 현장조사를, 국토교통부는 제주도 공부(장부) 바탕으로 한 전수조사이므로 근본적인 부실을 지적하고 있다.
포문을 연 것은 제주도청이다. 제주도는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해 5월 감사원이 발표한 ‘부동산 가격공시제도 운용실태’ 감사결과에 따라 도내 4451개 표준주택 중 ‘토지·주택간 공시가격 역전현상’이 발생한 439곳의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검증한 결과 47건의 오류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토지·주택간 공시가격 역전현상’은 개별주택가격(토지+건물)이 공시지가(토지)보다 낮게 결정·고시되는 것을 뜻한다. 제주도는 이들 사례 모두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과 ‘표준주택의 선정 및 관리지침’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9년 감사원 지적사항을 근거로 표준주택 가격 공시에 대한 권한 전반을 이양하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17일 해명자료를 내고 “2019년도 표준주택 선정도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작성해 관리하는 건축물대장, 지방세 과세대장 등 공부에 기초해 이뤄졌고 해당 시와 협의도 했다”며 “제주도가 작성한 공부의 오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장조사를 강화하고, 지도 감독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해명에 원희룡 제주지사는 발끈했다. 원 지사는 18일 “국토부가 표준주택 선정과 가격산정 오류에 대한 책임을 지자체에 전가하고 있다”며 “표준주택 가격 공시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하라”고 재차 요구한 상태다.
국토부는 제주도의 이런 대응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물론 현장조사를 병행하지만 기초자료는 당연히 지자체의 ‘공적장부’를 신뢰할 수 밖에 없다”며 “공부의 전수조사 인력이 있다면 지자체가 하는 역할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공부의 신뢰성 확보가 1순위인 지자체에서 자신들의 공부 오류를 잡아내지 못했다고 되레 중앙정부를 탓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19년 공시 오류의 원인을 일방적으로 현장조사 부실로 상정하고 공시기능을 이관하라는 주장도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국토부는 올해 공시가격부터 4월 산정근거를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의신청을 받아 6월께 최종 공시가를 확정하는 등 투명성 강화책을 도입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 안팎에선 최근 국토부와 제주도와의 날 선 대립은 제주신공항의 연장선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 제주공항의 포화상태를 막기 위해 결정된 제주신공항 사업은 부지가 선정되고도 수년째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는 상태다. 국토부가 여러 번 중재에 나섰지만, 신공항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이 선정절차 하나하나에 검증과 재검증 요구로 일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최근엔 제주도기자협회 소속 9개 언론사가 제주도의 요청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반대(한국갤럽 47.0%·엠브레인퍼블릭 51.1%)가 찬성(한국갤럽 44.1%·엠브레인퍼블릭 43.8%)을 오차범위 안팎에서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토부가 제주도민의 민의를 존중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하자 제주도청은 돌연 ‘신공항 건설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국토부 안팎에선 민의를 모아 전달해야 할 도가 수년간의 분란을 지켜보다 남의 일처럼 훈수만 두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공항과 관련된 민의는 해당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찾고 모으고 집약해야 하고 만약 지자체장의 의지가 다른 데 있다면 도민들을 설득하는 것도 스스로의 몫”이라며 “공시와 제주공항에 대한 도의 비판은 자체 문제의 원인을 순전히 외부 탓으로만 돌리는 것 같아 아쉽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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