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부동산 투기 수사 등을 전담할 범정부적인 조직을 다음달 초 가동한다. LH 직원 땅 투기 의혹 여파가 갈수록 위력을 키우면서 ‘발등의 불’이 된 공직자 부동산 투기 관련 수사를 우선적으로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부동산 감독 기구인 ‘부동산거래 분석원’ 설치도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과도한 시장 개입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은데다 이미 부동산 투기 거래를 견제할 만한 제도와 조직이 갖춰진 상태에서 중복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관련 정부합동수사단의 2차 조사 결과 23명의 투기 의심자가 발견됐다. 또 청와대도 자체 조사를 통해 3명의 투기 의심 사례를 확인했다고 공개했다. 이에 따라 3기 신도시 관련 투기 의심 공직자는 모두 46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 공직자 부동산 투기 단속 전담조직 뜬다
국토부는 최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공직자 부동산 투기 관련 조사 등을 전담하기 위해 ‘부동산거래 분석기획단’을 다음달 초부터 가동한다고 밝혔다. 또 기획단 운영에 필요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마련해 다음주 중 입법 예고할 예정이다.
기획단은 지난해 2월부터 임시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는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을 확대 개편한 것이다. 대응반은 그동안 부동산시장에서 민간을 대상으로 불법 행위 조사를 전담해왔다. 부동산 실거래 및 자금조달계획서 조사를 총괄하고, 부동산시장의 범죄행위 수사, 부동산 관련 불법행위 정보 수집, 분석 등을 진행했다.
기획단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공공개발사업 등이 추진되는 지역의 부동산 불법 거래 행위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특히 공직자들의 불법 부동산 투기 행위에 대한 정보 수집과 분석, 수사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13명인 구성원이 23명으로 늘어난다. 대응반과 마찬가지로 국토부 공무원 이외에 경찰,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에서 파견한 직원들이 근무하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획단은 현재 정부가 설립을 추진 중인 ‘부동산거래분석원’이 만들어지면 흡수될 것”이라며 “중간 단계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분석원은 당초 올해 초 가동을 목표로 정부가 지난해 9월부터 설립을 추진해왔지만, 과도한 시장 감시 기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으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 힘 실리는 부동산거래분석원
정부가 이번에 기획단을 가동하면서 분석원 설립 작업은 다시 탄력을 받게 됐다. 여기에 LH 땅 투기 논란으로 지지율 급락 등 위기 상황을 맞은 여당과 청와대가 분석원 설립을 강행할 뜻을 내비치는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고위 당정협의회를 가진 뒤 LH 사태 관련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후속 대책을 발표하면서 “부동산거래분석원 등과 같은 강력한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 방안을 묻는 질문에 “부동산 불법행위를 포착하고, 수사할 수 있는 감독기구인 ‘부동산거래 분석원’ 설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LH 사태와 관련해 부동산 적폐 청산을 주문하며 “비정상적인 부동산 거래와 불법 투기를 감독하는 기구를 설치하는 등 부정한 투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도록 근본적 제도 개혁에 힘써 달라”고 말했다. 분석원 설립을 공식적으로 요구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분석원 설립 근거 규정을 담은 ‘부동산 거래 및 부동산서비스 산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해둔 상태이다. 현재 이 개정안은 국회 국토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당정청이 19일 후속 대책을 발표하면서 분석원 관련 법안 통과에 총력전을 펼치기로 했기 때문에 이달 중 국회 문턱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 투기 잡는 칼 VS 과도한 시장 규제
개정안에 따르면 분석원은 부동산 이상거래나 불법해위를 분석·감시하고 수사할 수 있도록 국세청 금감원 경찰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금융·과세·범죄 정보 등을 받아볼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부동산 투기를 잡는 칼로서 모든 법적 수단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분석원이 제역할을 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도 적잖다. 무엇보다 시장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극복해야 한다.
국회 국토위는 지난달 공개한 진 의원이 제출한 개정안에 대한 검토 보고서에서 “부동산 감독기구 신설은 시장에 대한 지나친 정부 개입 문제와 미래 부동산 시장 안정기에는 감독기구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거래 정보 요청 권한이 너무 크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전문가들도 부동산 시장 불법 행위를 근절할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세청, 금감원 등을 통해 각종 불법적인 부동산 거래와 관련한 자금 흐름 등을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만 전담하는 조직을 세우는 것은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홍 부총리는 18일 국회에서 분석원에 대한 활동계획을 설명하면서 “불법 포착과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을 갖지만 제한적 권한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본격적인 수사보다는 검·경으로 이첩하는 역할을 중심으로 하고, 주로 부동산 불법·불공정 거래 모니터링 쪽에 우선순위를 두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공직자 26명 추가
정부합동조사단은 3기 신도시 관련 지방 자치단체의 개발업무 담당 공무원과 지방공기업 직원 87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8명의 토지거래자를 확인했고, 이 가운데 23명을 투기 의심자로 보고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나머지 5명은 가족 간 증여자인 것으로 추정됐다.
투기 의심 대상자들이 소유한 토지는 모두 32필지인데 지목별로는 농지 19필지, 임야 2필지, 기타 대지 및 잡종지 11필지였다. 한사람이 여러 필지를 보유하거나, 다수가 토지를 공동으로 매입하는 등의 사례도 있었다.
청와대도 2차로 행정관 이하 직원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조사 결과 3명이 투기 의심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행정관 이하 전 직원과 배우자, 직계가족의 토지거래 내역에서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관계자가 공적 지위나 정보를 이용한 거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3건의 의심 사례가 있어 심층 조사한 결과 공적 정보를 이용한 투기로 판단되지 않지만 한 점의 의혹도 없어야 하므로 내용을 공개하고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에 관련 사안을 참고자료로 전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LH 땅 투기 의혹 제기 이후 진행된 정부합동조사단과 청와대의 1,2차 조사를 통해 파악된 투기 의심자는 모두 46명으로 불어나게 됐다. 1차 조사에서는 정부합동조사단에서 20명의 투기의심자가 발견됐지만 청와대에서는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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