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는 공직자는 재산등록을 의무화하고 향후 공무원, 공공기관, 지자체, 지방 공기업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로 재산등록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공직자들의 재산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 투기 행위를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미 재산 등록이 의무화된 고위공직자들도 차명거래 등으로 감시망을 피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공직자 재산 등록 의무화가 ‘보여 주기식 규제’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과 가족을 포함한 수백만 명의 재산 신고를 관리 감독하기 위해 행정력이 낭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재산 등록 의무화의 가장 큰 사각지대는 투기에 악용되는 차명거래를 걸러낼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4급 이상 공무원은 의무적으로 재산 상황을 신고해야 하는데, 최근 LH 땅 투기 논란이 불거진 뒤 일부 시민단체들은 정부 부처의 고위공무원들도 차명으로 토지를 매매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정부에서는 대법관 출신 국무총리 후보자가 차명으로 보유한 부동산을 자녀에게 물려준 의혹이 불거지며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재산등록제의 대상이 모든 공직자로 확대될 경우 막대한 행정비용이 들어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은 약 15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을 포함하면 4인 가족을 기준으로 600만 명이 재산등록 대상에 오르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정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정부 관계자는 “투기 방지로 얻는 이익도 있겠지만 600만 명의 부동산 재산을 들여다보는 데 들어가는 행정력이 너무 클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부동산 업무와 관련이 없는데도 재산 등록을 해야 한다면 개인이 국가로부터 감시받는 기분이 들 것”이라며 “공무원노조의 반발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투기 근절 대책에 포함되는 농지 취득 관련 사전·사후관리 강화 방안 역시 실제 농지로 사용되는지가 관건인데 이를 관리 감독하려면 지방자치단체 행정력이 지금보다 대거 확충돼야 가능하다.
LH 직원의 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개혁 방안으로는 주거복지와 주택 건설 기능의 일부를 떼어내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LH의 핵심 기능인 토지 개발을 분리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LH의 주거복지 조직을 떼어내 공공임대주택 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국토교통부 산하기관 ‘주택관리공단’과 합치는 방안이 거론된다. 주택건설 기능의 일부를 지자체 산하 공기업으로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에 대해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 핵심 기능을 분리하면 행정 비효율이 커질 것”이라며 “3기 신도시는 물론이고 2·4공급대책에서 발표한 공공주도 개발사업도 LH의 역할이 핵심적인데 기능을 분리하면 이런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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