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택시 호출 플랫폼 ‘카카오T’가 첫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택시업계와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타다 등 승차공유 서비스에 맞서 ‘플랫폼 택시’를 통해 협력해 온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가 2년 만에 갈림길에 선 것이다. 무료 서비스로 이용자를 끌어모은 플랫폼 기업들이 추가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유료 전환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곳곳에서 이 같은 갈등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택시업계와 카카오의 갈등은 16일 카카오모빌리티가 일반택시 운전사들을 상대로 ‘프로멤버십’을 출시하면서 빚어졌다. 월 9만9000원을 내면 원하는 목적지의 호출(콜)을 먼저 볼 수 있도록 하는 ‘목적지 부스터’ 기능이 핵심이다.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으면 영업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택시 운전사들이 몰리면서 19일까지 사흘 만에 선착순 2만 명 모집이 마감됐다.
택시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그동안 공짜였던 일반택시 호출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전면 유료화’의 사전 작업 아니냐는 것이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4단체는 16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유료화를 ‘독점적 지위를 악용한 시장 교란 행위’로 규정하며 “호출(콜) 거부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는 “플랫폼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싶어 하는 운전사들을 위한 편의 서비스일 뿐”이라며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아도 콜이 안 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무료 서비스로 시장 지배력을 얻은 카카오가 유료화를 통해 본격적으로 수익 회수에 나서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카카오는 이달 초 우버와 타다 등 가맹택시 경쟁 업체들에도 카카오T 호출에 따른 수수료를 내라고 통보했다. 2015년 카카오택시로 출발한 카카오T는 공짜 호출을 매개로 전국 택시 운전사 회원 23만 명, 애플리케이션 가입자 2800만 명을 가진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국내 차량 호출 시장 점유율 80%로, 2위인 티맵택시(20% 미만)와 4배 이상 차이난다.
택시업계는 “카카오의 독점적 지위로 지역별로 다양하게 운영되던 브랜드 콜 사업이 고사되고 소비자 선택권이 좁아졌다”고 비판했다.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 소속의 A 운전사는 “택시 콜로 성장한 카카오T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유동인구도 줄어든 요즘 콜비를 걷을 게 아니라 기여 방안을 고민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플랫폼 업계에서는 사업 구조를 정상화해 서비스를 개선하고 경쟁에 대비해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유료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적자가 2017년 106억 원에서 지난해 351억 원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내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려면 그 전에 수익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플랫폼과 투자 경쟁을 계속 벌여야 하는 플랫폼 기업 입장에선 재원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음 달 경쟁 업체인 SK텔레콤의 자회사 티맵모빌리티와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우버가 ‘우티’를 출범하기 전 유료 회원제로 ‘록인 효과’(기존 서비스를 계속 쓰도록 묶어두는 것)를 거두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무료 서비스를 통해 고객 데이터를 수집한 뒤 플랫폼이 사실상 강제 과금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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