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지갑 꽁꽁… ‘가계 흑자율’ 사상 최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3일 03시 00분


소득 소폭 늘고 지출은 큰폭 줄어
작년 내내 30%대 ‘불황형 흑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비가 감소하면서 가계의 흑자 비율이 사상 최대로 높아졌다. 소득이 소폭 늘었는데 지출은 더 줄어들면서 ‘불황형 흑자’가 나타난 것이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흑자율은 분기별로 30.4∼32.9%로 나타났다. 흑자율은 가구당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금액을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가정에서 벌어들인 돈에서 지출한 금액을 뺀 뒤 얼마나 돈이 남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2019년에는 가구당 흑자율이 매 분기 20%대 후반에 머물렀다. 가계동향조사 통계 개편으로 분기별 자료가 없는 2017, 2018년을 제외하면 조사가 시작된 2003년 이후 분기별 가계의 흑자율이 30%를 넘은 건 2016년 4분기(30.3%)와 지난해 1∼4분기 등 다섯 차례뿐이다.

지난해 분기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16만1000∼535만8000원으로 전년 대비 1.6∼4.8%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으로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2∼4분기 줄곧 감소했지만 재난지원금 등 이전소득이 크게 증가해 전체 소득이 조금이나마 늘었다. 지난해 전체 소득에서 세금, 사회보험료, 이자비용 등을 뺀 처분가능소득도 전년 대비 2.3∼6.5% 증가했다.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가구당 소비지출은 1분기(―6.0%)와 3, 4분기(각각 ―1.4%, ―0.1%)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소비가 위축됐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위기가 극복되면 그간 소비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심리’로 가계 지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소득층 중심으로만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며 “전반적인 소비 증가로 이어지려면 전체 계층의 소득 회복과 방역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봤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코로나#흑자#가계흑자율#불황형흑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