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비대면 트렌드로 세계 완성차업체들이 판매 채널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노조의 반발로 온라인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판매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코로나19가 ‘전통’을 고수해온 자동차업계 판매방식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데다 테슬라가 영업점 없이 온라인으로 판매를 하면서도 세계 1위 전기차 업체로 등극한 것이 큰 자극이 됐다.
국내에서는 수입차업체를 중심으로 온라인 판매가 확산되고 있다.
테슬라는 100% 온라인으로만 차량을 판매해 지난해 국내에서 1만대 이상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2019년 통합 디지털 세일즈 플랫폼 ‘세일즈 터치’를 도입한 데 이어 올해 자동차 구매를 온라인으로 완료할 수 있는 플랫폼을 시작키로 했다.
BMW코리아는 이미 ‘BMW 샵 온라인’을 통해 한정 에디션을 판매하면서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BMW는 지난해 20가지 470여대의 온라인 한정 에디션을 온라인을 통해서만 판매했다. BMW코리아는 올해에도 BMW 뉴 4시리즈, M3, M4의 퍼스트 에디션, BMW의 첫 전기차 모델인 iX의 퍼스트 에디션 등 희소성이 높은 한정 에디션을 온라인을 통해서만 판매한다.
푸조·시트로엥 공식 수입원인 한불모터스는 온라인 구매 예약 플랫폼 ‘푸조·시트로엥 부킹 온라인’을 열었다. 구매 가능한 차량을 조회하고 시승이나 구매 상담까지 원스톱으로 신청할 수 있는 온라인 판매 플랫폼이다. 현재는 차량 비교 분석과 시승, 상담 신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추후 온라인 결제까지 서비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아우디 역시 공식 웹사이트와 ‘마이 아우디 월드’ 앱에서 ‘라이브챗’과 ‘금융계산기’ 서비스를 제공키로 하는 등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수입차업체들의 온라인 판매가 강화되며 대리점 중심의 전통적 판매를 고수하고 있는 국내 완성차업체 역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기아 판매노조가 온라인 판매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온라인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해외에서만 온라인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비대면 판매 플랫폼 ‘클릭 투 바이’를 영국, 호주, 캐나다, 미국, 인도 등 세계 전역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온라인 판매 실적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국내에는 이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판매노조가 고용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온라인 판매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에는 약 6500명의 조합원이 가입돼 있다. 기아에도 7000여명의 영업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기아 판매노조는 기아가 첫 전용 전기차 ‘EV6’의 사전예약을 인터넷으로 진행키로 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EV6’의 인터넷 사전예약이 온라인 판매 본격화의 신호탄이 되고, 이로 인해 영업직 직원들의 고용이 불안전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차지부 판매지회는 22일 소식지를 통해 “EV6 출시를 앞두고 사측이 진행하고자 하는 인터넷 사전예약은 노사간 단체협약을 위반하고, 영업조직을 훼손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11일 EV6의 인터넷 사전예약 철회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고, 사측은 글로벌 브랜드 리론칭 관련 초기 붐 조성을 위해 EV6 사전 인터넷 예약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철회하지 않았다”며 “이는 영업조직을 파괴하는 행위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주장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판매지회는 “기아에는 직영과 대리점을 포함해 전국에 700여개의 거점과 7000여명의 영업노동자가 있다”며 “지금까지 기아와 현대차가 국내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은 전국에 걸쳐 거점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영업조직을 훼손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EV6 인터넷 사전 예약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전세계적으로 비대면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고, 세계 완성차업체들이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온라인 판매망 도입 등 변화가 필요하다”며 “다만 급격한 판매방식 변화는 자동차 영업사원 등의 고용 안정성을 해칠 수 있는 만큼 온라인 판매 직무 전환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고용 안정성을 지키며 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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