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소프트웨어 특허, 불확실성 시대 기업가치 높일 ‘리얼 옵션’

600여개 美 IT기업 데이터 분석
시장상황 따라 신제품 출시 등에
특허 활용하는 유연한 대처 가능
실패 두려워말고 적극 투자를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특허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늘고 있다. 소프트웨어 특허는 그 안에 내포된, 눈에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과 논리를 활용해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으며, 그래서 때로는 기업 간에 치열한 분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동안 벤처캐피털을 포함한 투자 업계는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소프트웨어 특허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미국 샌타클래라대와 캐나다 맥길대 연구진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소프트웨어 특허가 어떻게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지를 연구했다.

연구팀은 1998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 특허 상표청의 특허 데이터를 활용해 미국 내 600여 개 IT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특허를 분석했다. 특히 특허 포트폴리오의 혁신성을 기존 지식에 의존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활용형(Exploitation)’ 혹은 ‘탐험형(Exploration)’으로 구분했다. 활용형 혁신은 기존 지식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두는 반면 탐험형 혁신은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는, 보다 급진적인 혁신을 말한다. 다음으로 기업이 속한 산업이 얼마나 경쟁적이고 변동성이 큰지를 감안해 환경적 불확실성도 측정했다.

연구 결과, 기업의 소프트웨어 특허 포트폴리오는 기업에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리얼 옵션(Real Option)’을 제공함으로써 기업 가치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했다. 리얼 옵션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이 하나가 아닌 복수의 대안에 소규모로 투자해 위험을 최소화하는 경영 전략 기법이다. 기업이 소유한 소프트웨어 특허권 자체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특허를 신제품 출시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특허는 기업 가치에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연구진은 혁신에 보다 탐험적인 성향을 갖는 기업이 보유한 소프트웨어 특허가 특히 경쟁이 치열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기업 가치를 더욱 향상시킴을 밝혔다. 반면, 혁신에 보다 활용적인 성향을 가진 기업의 소프트웨어 특허는 경쟁이 덜해 독점적이고, 역동적인 환경에서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데 기여했다.

본 연구는 기업의 소프트웨어 관련 특허 포트폴리오가 기업의 고유한 ‘리얼 옵션’으로서 기업 가치에 중요한 자산임을 밝히는 데 의의가 있다. 또 혁신에 대한 기업의 태도도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교훈을 준다. 즉, 실패를 주저하지 않는 탐험형 기업은 다양한 경쟁 상황에서 소프트웨어 혁신을 통해 기업 가치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기술 경쟁이 치열한 오늘날의 경쟁적 경영 환경에서, 기업들은 혁신을 추진할 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보다 과감하게 소프트웨어 특허에 대한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겠다.

정성훈 샌타클래라대 경영대학 교수 shchung@scu.edu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