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주권리 침해’ 판단
앞서 유상증자 결정 때도 반대
지분구조상 趙연임엔 문제없어
재계 “반대행보 마냥 모르쇠 힘들것”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대한항공 주요 경영 방침에 국민연금이 잇따라 반대 의견을 내놓으면서 대한항공은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24일 국민연금은 제10차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를 열고 26일 열리는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 올라온 안건 중 이사 선임에 반대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반대 이유로 △아시아나 인수 계약 체결 과정에서의 실사 미실시 △계약상 불리한 내용 우려 등을 들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과 관련해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들이다. 회사가 주주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는데 이사회가 제대로 감시를 못 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김동재)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조 회장의 연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8.52%)은 2대 주주지만 대한항공 최대 주주인 한진칼(29.09%)과 특수관계인, 우리사주(6.07%) 등을 합치면 조 회장 우호 지분은 약 40%에 이른다.
게다가 대한항공은 지난해 주총에서 이사 선임과 해임 시 ‘주총에 참석한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했던 정관을 ‘2분의 1 이상 찬성’으로 바꿨다. 2019년 주총에서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3분의 2 이상 동의’ 지분 2.6%가 부족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연임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정관을 바꿨다. 2019년에도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조양호 전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에 반대표를 던지면서 연임에 실패하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국민연금은 올해 1월 열린 임시 주총에서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위한 유상증자 결정에 반대했다.
재계에서는 조 회장 측에 잇따라 반대를 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아시아나항공 통합 과정에서 각종 특혜 의혹과 주주 권익 침해, 불투명한 결정 과정 등이 있다고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정부 입김이 미치는 국민연금이 엄연히 2대 주주인 상황에서 마냥 모르쇠로 넘기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측은 국민연금 결정에 대해 “주주총회 전까지 주주들을 지속적으로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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