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와 물 부족, 한파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세계 완성차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중 MCU(마이크로 콘트롤 유닛)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보여 이로 인한 자동차 생산 차질이 일정 기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작년 매출액 기준 세계 MCU 제조 1위~3위 반도체 회사인 NXP, 르네사스, 인피니언의 공장이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NXP와 인피니언은 지난달 미국 텍사스주 한파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으로 차량용 반도체 생산 차질이 빚어졌고, 일본 르네사스는 최근 공장 화재로 차량용 반도체 생산 차질에 직면했다.
MCU는 자동차에서 여러 시스템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반도체다. 두뇌 역할을 하는 MCU가 없으면 차량 생산이 불가능하다. 이들 업체가 MCU를 정상적으로 공급하기까지는 최소 1달에서 3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돼 세계 MCU 공급 부족현상은 최악의 경우 올해 말을 넘어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들 업체를 포함한 세계 주요 차량용 반도체 업체로부터 주문을 받아 MCU 등을 위탁 생산중인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도 최악의 가뭄으로 인해 반도체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56년만에 찾아온 초유의 가뭄으로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물이 부족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지난 2019년 기준으로 하루 15만톤 이상의 물을 사용했다.
세계 MCU의 70%가 TSMC에서 생산되는 만큼 물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고스란히 세계 완성차 업체의 생산 차질 악화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대만의 우기가 4월부터 시작된다는 점이다. 만약 올해 우기에 대만이 충분한 물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TSMC발 반도체 생산 차질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컴퓨터 등 IT기기로까지 번질 수 있다.
세계 주요 MCU 제조사들에 닥친 재해로 인해 올해 MCU 공급 정상화 시기는 당초 전망됐던 올해 3분기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올해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업계는 MCU 주요 공급사들의 악재로 인해 올해 말, 내년 초까지 MCU 부족 현상이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와 정부는 이 같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인한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반도체 업체와 물량 확보 협상을 1차 협력사에 맡기지 않고 직접 하고 있다. 또 매주 재고를 점검하고, 수급 상황에 맞춰 생산계획을 조정 중이다. 한국 GM은 현재 부평 2공장을 50%만 가동 중이고, 르노삼성자동차는 최근 1교대 근무를 시행 하고 있다.
정부도 대만 정부에 원활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위해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신속 통관을 지원하고, 올해부터 차량용 반도체 성능 검증을 위한 사업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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