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드는 집값 하락론… “일시적 현상” vs “안정세 진입”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5일 11시 55분


집값 하락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지난달부터 집값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거래량은 눈에 띄게 줄고 매물은 쌓이고 있다. 일시적인 상황이 아니라 집값 하락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상승세로 돌아선 주택담보대출금리와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세 부담 증가 우려, ‘2·4 대책’을 통해 쏟아질 대규모 공급 기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근거로 제시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집값을 끌어올린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꼽혀온 풍부한 유동성이 유지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다음달로 예정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유력 후보들이 서울시내 재건축·재개발 허용 방침 등을 밝힌 것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 둔화된 집값 오름세에 쌓이는 매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2월 1주 이후 약보합세를 보이다가 최근에는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2월 1주 0.28%에서 3월 2주 0.24%로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도 같은 기간 0.10%에서 0.07%로 줄어들었다.

또 서울에서 직전 매매보다 가격이 떨어진 아파트 거래 비율도 늘고 있다. 1월 18%(전체 2441건 중 493건)에서 2월 24.9%(1669건 중 415건)로 증가했고, 3월(1~20일 기준)에 들어서는 39.4%로 더 올랐다. 이런 현상은 수도권(17.8%→20.8%→31.4%)과 5대 광역시(27.4%→29.7%→36.2%)에서도 나타났다.

전국 집값을 선도하는 서울 강남지역에서도 떨어진 값에 거래가 이뤄지는 아파트들이 잇따르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84㎡(전용면적 기준)는 이달 2일 23억 2000만 원에 팔렸다. 지난달 24일에 최고가 기록을 갈아 치웠던 아파트(24억5000만 원)보다 1억3000만 원 떨어진 것이다. 서초구 서초동 서초5차 e편한세상 158.2㎡도 이달 3일 18억 3000만 원에 계약됐다. 1월 20일에 거래됐던 아파트(20억 원)보다 1억 7000만 원이 내린 가격이다.

집값 움직임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아파트 평균 거래량도 감소세다.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12월 2만 3557건에서 올해 2월 1만 4692건으로 줄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같은 기간 1855건에서 1339건으로 감소했다.

매물도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4만 6048건으로 한 달 전(4만327건)보다 14% 가량 늘어났다. 1월 중순(3만 9744건)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 “떨어진다”…주택시장에 다가올 퍼펙트 스톰 준비해야
이에 대해 국토부 등 정부 관계자들은 “집값이 안정세로 전환된 것”이라며 반색하고 있다. 일시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집값 상승세가 꺾이고, 하향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반영한 해석이다.

정부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집값 하락론을 내세우는 전문가들이 그 근거로 꼽는 요인은 크게 4가지. △상승세로 돌아선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공시가 폭등으로 인해 시한폭탄이 된 세금 부담 △‘2·4대책’을 통해 예고된 정부의 대규모 공급 △장기간에 걸친 집값 상승장에 대한 피로감 등이다.

우선 금리가 심상찮다. 한국은행은 경제 회복의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지난해 5월 이후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의 행보는 다르다. 신한은행은 이달 5일 연 2.3~3.55%였던 주담대 금리를 0.2%포인트 올렸다. 8일에는 농협이 0.3%포인트 인상했다. 우리은행도 25일부터 전세자금 대출 시 우대금리 적용 폭을 0.2%포인트 줄이기로 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들은 국내외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자금 조달원인 장기 금융채 금리가 따라 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올해 초 1.3%대던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두 달 만에 1.7%에 근접하며 1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5년 만기 금융채 역시 같은 기간 1.5%대에서 1.8% 이상으로 0.3%포인트 정도 올랐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대출 금리는 앞으로 더 오를 수도 있다는 뜻이다.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 증가는 당장 6월부터 시작된다. 6월 1일 이후 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율이 현재보다 10%포인트 올라간다. 여기에 공시가격이 전국적으로 20%가까이 급등하면서 관련한 재산세(납부시기·7월과 9월)와 종합부동산세(12월) 등 보유세도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가 LH 땅 투기 의혹 등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2·4대책’을 포함한 각종 공급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2·4대책(83만 6000채)’ 등을 통해 공급될 물량만 200만 채가 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연구원은 25일 발행한 보고서 ‘수도권 주장기 주택공급효과와 시사점’에서 “‘2·4대책’까지 반영하면 2021~2030년까지 연평균 수도권에서 30만8000채, 서울에서 11만 3000채가 공급된다”며 “이로 인해 수도권은 연평균 0.64%포인트씩 10년 간 6.4%포인트, 서울은 1.03%포인트씩, 10년간 10.3%포인트 하락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추정했을 정도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집값이 상승하면서 ‘집값이 오를 만큼 오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KB부동산 리브온의 주택가격동향을 분석한 결과 2017년 5월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3.3㎡당 2326만 원에서 지난달 4194만 원으로 1868만 원 올랐다. 상승률이 무려 80.3%에 달한다.

집값 하락론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은 “이런 요인들이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퍼펙트 스톰’이 돼 집값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 “일시적 현상”…풍부한 유동성에 선거 등 정책 변수 많다
반면 최근의 상황에 대해 비수기에 일시적으로 급매물이 소화되는 양상일 뿐, 집값 안정을 위협하는 요소가 더 많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재산세와 종부세 과세 기준일(6월 1일)을 앞두고 봄철에 집값이 주춤한 현상은 작년에도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4, 5월 절세를 이유로 다주택자들이 내놓은 급매물이 팔리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두 달 연속 떨어졌지만 이후 7월엔 0.71% 급등한 뒤 상승세를 이어갔다.

시중 통화자금이 여전히 사상 최대 규모에 달하는 등 풍부한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집값 상승세를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광의통화(M2)는 3233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보다 41조9000억 원 늘어난 것이다. 월간 기준으로는 2001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증가 폭이 컸다. 여기에 정부가 3기 신도시 등을 포함해 각종 국책 개발사업으로 쏟아낼 토지보상금(60조 원으로 추정)도 불쏘시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보름도 남지 않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눈여겨봐야 할 변수다. 현재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모두 공급 확대를 주요 부동산 정책 목표로 제시하고 있어서다. 이를 위해 두 후보 모두 서울시내 재개발 재건축 허용 방침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이미 서울시내 일부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가격이 꿈틀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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