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내가 직접 굴리려면 어떻게?[조은아의 하루 5분 금퇴공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9일 16시 11분


하루하루 바삐 살아가는 우리들. 은퇴를 대비하기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언제 위기가 찾아올지 모릅니다. 우리의 은퇴도 예고 없이 닥칠 수 있는 일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노후는 부모세대보다 가난하기 쉽다고 합니다. 저성장, 저금리 시대가 닥쳤기 때문이죠. 임금도 잘 오르질 않는데, 그나마 있는 자산도 불리기 쉽지 않습니다. 이런 팍팍한 환경에서 풍요로운 ‘금(金)퇴’를 누리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금퇴를 맞으려면 연금 운용도, 투자도, 소비도, 위험관리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바쁜 독자들을 위한 금퇴 준비법을 제 저서 ‘지금 당장 금퇴 공부’ 내용을 토대로 소개합니다. 궁금한 점은 achim@donga.com으로 보내주세요.


연금을 회사에만 맡기지 않고 “내가 직접 굴리겠다”며 나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너무 낮으니까요. 회사에 운용을 맡기는 확정급여형(DB·Defined Benefit) 가입자가 여전히 다수이긴 하지만, 확정기여형(DC·Defined Contribution), 개인형 퇴직연금(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가입자도 늘고 있습니다. DC형, IRP를 활용해 연금을 굴리는 방법을 알아봅니다.

● IRP는 중도해지하면 세제 혜택 토해내야
저번 글에선 IRP의 세제혜택을 알아봤죠. IRP는 연간 1800만 원까지 적립할 수 있는데, 세액공제 혜택은 급여 수준에 따라 다릅니다. 연봉 5500만 원 이하인 가입자라면 700만 원까지 최대 16.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죠.

IRP는 중도해지할 때 불이익이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가입자가 중도에 IRP 계좌를 해지하면 기타소득세를 부담해야 합니다. 떼이는 세금은 세액공제를 받은 금액과 운용수익의 16.5%가량.

특별히 중도인출이 허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주택자가 주택을 사거나 전세자금을 댈 때, 가입자나 부양가족이 6개월 이상 요양을 해야 할 때입니다. 개인회생이나 파산선고, 천재지변 등도 예외에 포함됩니다.

IRP는 DB형이나 DC형과 달리 본인이 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회사에 따라 수수료가 다르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9년 운용관리 수수료, 자산관리 수수료, 펀드총비용의 합을 기말평균적립금으로 나눈 총비용부담률이 IRP는 0.42%였다고 하네요. 수수료를 비롯한 총비용부담률을 회사별로 비교해보려면 금융감독원의 통합연금포털(100lifeplan.fss.or.kr)에서 검색해보면 됩니다.

● 퇴직연금에서 굴릴 수 있는 자산은?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할 땐 원금을 날리진 않을지 걱정될 수 있습니다. 노후에 은퇴하면 소득이 줄어드니 더더욱 그렇죠. 이런 부분이 걱정된다면 원리금보장형 자산을 중심으로 운용해야 합니다. 퇴직연금제도는 ‘원리금보장형 자산’과 ‘원리금비보장형 자산’을 구분해 두고 있습니다. ‘투자 금지대상’도 명시하고 있으니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퇴직연금은 운용상품에 따라 투자 한도가 정해져 있습니다. 운용이 아예 금지되는 분야가 있는가 하면 적립금의 70%까지 투자가 가능한 상품, 100% 가능한 상품으로 나뉩니다. 이 중 아예 100% 투자가 가능한 상품은 원리금보장형 상품과 분산투자해 투자위험을 낮춘 상품입니다. 예컨대 주식 비중이 40%를 넘지 않는 채권혼합형 펀드가 있습니다. DC형이나 IRP는 금융감독원장이 정한 타깃데이트펀드(TDF)를 100% 투자할 수 있습니다.

아예 투자가 금지되는 상품은 퇴직연금제도의 유형에 따라 다르니 알아둡시다. 주로 투자 부적격등급 채권, 파생형(위험평가액 40% 이상) 펀드, 투자 부적격등급의 수익증권, 사모발행 및 최대 손실률이 원금의 40%를 넘는 파생결합증권 등입니다.



● 퇴직연금, 직접 어떻게 굴릴까
DC형으로 연금을 관리할 때 어떻게 분산투자할지 막막할 수가 있습니다. 안정성과 수익의 두 마리 토끼 잡기는 누구나 바라는 바일 것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절대적으로 안전하면서 수익도 잘나는 방법은 없죠. 안정성과 수익성을 저울질해가며 전략적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권에선 안정지향형 고객에겐 주식 비중을 0%로 조언합니다. 대신 채권형 펀드를 주로 추천합니다. 미국 장기채권이 대표적이죠. 금리는 장기물이 단기물에 비해 높은 편이어서 더 추천됩니다. 안정지향형 고객에겐 운용자금의 최소 30%가량은 은행 예·적금으로 굴리라는 조언이 많습니다.

금융권에선 중립형 고객에겐 “주식 비중을 40% 미만으로 두자”라고 하더군요. 반면 위험선호형 고객에겐 주식비중을 그 이상으로 컨설팅합니다.

● 전문가들의 투자를 따라 해보자

적립금을 상품별로 어느 비중으로 배분할지 감이 안 온다면 전문가가 간 길을 우선 따라 가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자산운용사들의 홈페이지엔 TDF의 ‘글라이드패스(Glide Path)’ 예시가 있습니다.

TDF란 투자자가 정한 은퇴 시점에 맞춰 투자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전문가가 조절해 운용하는 펀드입니다. 글라이드패스란 원래 비행기가 착륙할 때 높은 고도에서 낮은 고도로 안전하게 착륙하게 도와주는 장치. 투자자가 정한 은퇴시점에 은퇴자금을 마련하도록 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일례로 삼성자산운용의 한국형 TDF 글라이드패스를 살펴볼까요. 자산 중 주식의 비중을 나이대별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주식비중은 은퇴가 15년가량 남은 40대라면 66%로, 10년 남았을 때부턴 55%로, 5년 남았을 땐 42%로 조정하라고 돼 있습니다. 은퇴 순간부터는 33%에서 22%로 차츰 줄여야 합니다.

재테크를 열심히 배우는 이들은 국민연금을 과외교사로 삼습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어떤 분야에 기금의 얼마만큼을 투자하는지 보고 따라하는 것이죠. 왜 굳이 국민연금일까. 생각해보면 국민연금의 투자 방식이야말로 검증된 길이죠. 국민들의 노후가 여기에 묶여 있으니 정부가 기를 쓰고 안정성을 잡으면서도 수익을 내려 합니다. 정부는 매년 국민연금기금의 자산운용평가를 발표합니다. 국민연금은 2019년 연간 운용수익률 11.3%를 내 정부로부터 ‘양호’ 평가등급을 받았습니다. 국민연금이 어디에 투자하고 있는지 들여다보려면 기금운영본부 홈페이지에 공시되는 정보를 살펴보세요. 2020년 3월 기준 국내채권 45.8%, 해외주식 20.3%, 국내주식 15.9% 순으로 돈을 굴리고 있습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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