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민심에 놀란 당정청]文정부서 1년 9개월 정책실장 맡아
부동산 규제-한국판 뉴딜 등 총괄… “목돈 필요해 전세금 올렸다” 주장
‘통장에 부부 예금 14억원’ 논란… 참여연대 시절 ‘재벌 저격수’ 불려
공정위원장땐 경제장관 회의서 “재벌 혼내주고 오느라 지각” 발언도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이 엄중한 시점에 국민들께 크나큰 실망을 드리게 된 점 죄송하기 그지없다.”
김상조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29일 브리핑장에 나타나 “청와대 정책실을 재정비해 2·4대책 등 부동산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빨리 자리를 물러나는 것이 대통령을 모신 비서로서 해야 할 마지막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청와대가 자신의 교체 사실을 밝힌 브리핑에 참석해 직접 사과한 것. 김 전 실장은 지난해 7월 재계약 시 임대료를 5% 넘게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임대차법 시행 이틀 전 자신이 소유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주택의 전세 보증금을 14.1% 인상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이날 불명예 퇴진했다.
김 전 실장은 자신이 거주 중인 성동구 금호동 주택 전세금이 올라 목돈이 필요해 청담동 주택 전세금도 올렸다고 주장했지만 김 전 실장 부부 예금이 14억여 원인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됐다. 결국 자신이 주도한 전·월세 상한제 등 부동산 규제를 피해 가려는 꼼수를 썼다는 비판에 중도 하차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을 안기게 된 것이다. 김 전 실장이 몸담았던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에 무너진 공직윤리까지 감안하면 김 전 실장의 사퇴는 당연한 일”이라며 “지금의 국민적 분노와 허탈감은 김 전 실장의 부적절한 처신 그 자체를 넘어 문재인 정부의 반복된 핀셋·뒷북·땜질 정책으로 서민들의 주거난이 더 심각해지고 부동산 등 자산 불평등이 더욱 심각해진 것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뒤 공정거래위원장으로 2년 1개월을 재직한 뒤 장하성 전 실장(1년 6개월), 김수현 전 실장(7개월)에 이어 ‘최장수 정책실장’으로 1년 9개월 동안 재직했다. 김 전 실장은 경제·산업정책 전반과 함께 부동산 현안과 정책을 총괄해 온 청와대의 정책 컨트롤타워였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한국판 뉴딜, 공정거래3법 추진에 앞장섰지만 집값 안정과 전세난 등 부동산 시장 안정에 사실상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는 ‘마스크 공급 대란’과 백신 공급 지연 논란 등으로 거취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 4월 긴급재난지원금을 놓고는 더불어민주당이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하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나란히 반대 목소리를 내고 ‘결근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과 경제지표 부문에서 김 전 실장이 홍 부총리와 함께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고 공개적으로 격려해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을 책임진 김 전 실장이 서울 다주택자 등을 겨냥한 지나친 규제 정책과 다주택 처분 등 정부 방침을 앞세우다가 자기 발목을 잡으면서 현 정부의 부동산 난맥상이 되풀이됐다.
학자 출신으로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과 경제개혁센터 소장을 지내며 ‘재벌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었던 김 전 실장은 공정거래위원장 시절에도 재벌 개혁에 앞장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업인들과 수차례 잡음을 빚었다. 김 전 실장은 2017년 11월 5대 그룹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난 뒤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지각하면서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재벌들 혼내 주고 오느라고요”라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 공정위가 2017년 11월 “대기업 공익재단에 대한 전수 실태조사에 착수한다”고 하자 재계는 “공익재단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런 점 때문에 청와대와 정부 일각에선 학자 출신인 김 전 실장이 민감한 현실 정책을 다루면서 시장보다는 종종 이상론에 가까운 정책을 고집한다는 뜻으로 ‘피터팬’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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