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의 기업대출이 빠르게 늘며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가계대출 규모를 넘어섰다. 저금리 상황에서 보험사들이 자산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인프라 건설 등 대체투자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보험사 대출 잔액은 약 253조 원으로, 2019년보다 18조3000억 원(7.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증가한 대출 잔액의 상당 부분은 기업대출이 차지했다. 지난해 가계대출은 123조1000억 원으로 2조 원(1.7%)가량 늘었는데, 기업대출은 129조7000억 원으로 1년 만에 16조3000억 원(14.4%) 불어났다. 보험사 기업대출이 가계대출보다 많아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은 2015년 말 39조6000억 원에서 지난해 말 82조4000억 원으로 108.1% 증가했다.
보험사의 기업대출 증가세는 저금리 기조 속에서도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보험업계의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보험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굴려 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지는 반면 과거에 판 확정 고금리 상품들에 대한 보험금은 그대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보험사들이 자산운용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부동산 PF, 인프라 건설, 대체 에너지 등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확대한 결과 기업대출이 늘어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47조2000억 원으로 3조 원 넘게 늘어났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흐름 속에 제1금융권의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주담대 수요 일부가 보험 쪽으로 넘어왔다는 분석이 있다. 반면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과 신용대출 잔액은 각각 63조5000억 원, 6조8000억 원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부진에도 1년 전(65조1000억 원, 7조3000억 원)보다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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