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이달 국내 업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온 자동차 수출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 공급 부족이 최근 수출 증가세의 견인차 역할을 맡은 친환경차의 생산 감소로 이어지면서 수출단가 하락 및 수출액 감소가 우려된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3월 자동차 수출액은 43억98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5.3% 늘었다. 백신 접종 등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국, EU 등으로 향하는 우리 자동차 수출이 늘어나면서 4년3개월만에 가장 높은 금액을 기록했다.
이 같은 자동차 수출 증가는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가운데 주력 수출업체인 현대·기아차 등이 반도체 재고를 확보하면서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었던 공이 컸다.
그 결과, 비교적 가격이 높은 SUV, 친환경차 등 고부가 차량의 수출 비중이 확대되면서 수출 단가도 올랐다. 친환경차의 수출 비중은 지난해 1월 12.8%에서 올 1월 17.8%까지 높아졌으며 같은 기간 친환경차의 수출단가도 대당 2만4139달러에서 2만7600달러로 14.3% 늘었다.
다만 4월부터 국내 자동차 업계도 전세계 차량용 반도제 부족 사태의 영향을 받으면서 수출 증가를 단언하기 어렵게 됐다. 최근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업체에 연이은 사고가 발생하면서 지금과 같은 공급 부족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올 2월 한국GM 등이 반도체 부족으로 이미 생산 차질을 빚은 가운데 다른 업체에 비해 비교적 재고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던 현대자동차마저 이달 울산1공장의 일부 조업 중단을 결정했다. 울산1공장은 아이오닉5, 코나 등 친환경차와 SUV를 생산하는 현대차의 핵심 생산기지라는 점에서 가동 중단이 수출 감소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반도체 수급문제가 단기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5대 주요 수출품목 중 지난달 자동차 수출 비중은 8.2%로 반도체(17.7%), 일반기계(8.8%), 석유화학(8.8%)와 함께 우리나라의 4대 주력 수출품목이다.
정부도 최근까지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이 국내 완성차 수출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지만 4월부터는 일부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가 차량용 반도체를 확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사태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부품의 신속한 통관, 기업인의 자가격리 면제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지난달 구성한 미래차 반도체 연대협력협의체를 통해 반도체 기업간 협력모델을 지속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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