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의 격전지로 꼽히는 미국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판매 성장세가 주목받고 있다. 과거 소형 세단 등 특정 차종 위주였던 미국 내 판매가 현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중심으로 다양한 차종에서 이뤄지면서 브랜드 인지도와 판매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현지 시간)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법인 집계에 따르면 3월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은 7만5403대(제네시스 제외), 기아의 미국 판매량은 6만6523대였다. 지난해 3월과 비교하면 각각 114.7%, 46.5% 판매량이 늘었다. 특히 현대차는 월간 기준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 완성차 시장이 침체됐던 걸 감안해도 현대차·기아의 판매 증가는 이례적인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3월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전년 동월 대비 42.5%, 18.6% 줄었다.
특히 현대차 측은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된 ‘소매 판매’ 기준으로 판매량이 153% 늘어난 걸 고무적으로 본다. 직접 대리점과 온라인을 찾아 현대차를 고른 소비자가 법인 고객보다 증가 폭이 크다는 뜻이다. 그만큼 현대차 브랜드에 대한 평가가 향상됐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의 북미 시장 성장을 주도한 건 단연 SUV다. 현대차는 대형 SUV 팰리세이드(9184대)와 소형 SUV 코나(1만416대)가 월간 미국 판매 최다 기록을 세웠다. 스테디셀러인 투싼(1만5744대), 싼타페(1만1538대)도 선전했다. 기아는 소형 SUV 셀토스(6497대)가 월간 미국 판매 최다 기록을 갈아 치웠다. 중형 SUV 스포티지, 대형 SUV 텔루라이드도 판매가 1년 전보다 75.9%, 66.7% 늘었다.
소형부터 대형까지 SUV에서 모두 인기를 끄는 점은 미국 시장에서 고무적이다. 아시아, 유럽에 비해 미국 소비자들은 일상생활 전반에서 자가용 이용이 잦다. 이를 겨냥해 현대차는 세단 못지않은 정숙성과 세련된 디자인,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는 SUV를 소형부터 대형까지 여러 차종 선보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평소 해외 시장과 관련해 “현지 소비자들의 시선에 맞춘 차종을 선보여야 한다”며 경쟁력 있는 SUV 출시를 독려하고 있다. 랜디 파커 현대차 미국법인 부사장은 “강력한 소비자 신뢰도, 안정적인 재고, 매력적인 제품군,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광고, 딜러들의 노력 덕분”이라며 “투싼 신모델 출시로 시장 점유율을 더 늘려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3월 선전에 힘입어 현대차그룹 1분기(1∼3월) 미국 내 실적 성장세도 경쟁 회사를 앞질렀다.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를 모두 더한 1분기 미국 판매량은 33만4902대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2.8% 증가했다. 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의 3.7%, 0.6%는 물론 일본 도요타(21.6%) 혼다(16.2%)도 앞지른 성장세다. 판매량으로도 혼다와의 격차를 1만 대 초반 수준으로 줄였다.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를 2일(현지 시간) 중국 시장에 공식 출시했다. 현대차·기아의 중국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고급차를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를 겨냥해 제네시스를 내놓으며 중국 내 위상 회복에 나섰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시장은 코로나19로 연간 신차 판매가 2019년보다 6.1% 줄었지만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BMW, 일본 렉서스는 2019년보다 각각 10% 넘게 판매를 늘리며 고급차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