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를 판매한 우리은행의 당시 최고경영자(CEO)인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중징계인 ‘문책경고’가 내려졌다. 금융감독원이 당초 사전통보한 ‘직무정지’ 보다 징계 수위가 한 단계 경감됐다. 신한은행과 신한금융지주에 대한 제재심은 오는 22일 열린다.
금감원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라임 판매 은행인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을 대상으로 한 3차 제재심을 개최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3577억원, 2769억원 규모의 라임 펀드를 판매했다. 신한금융도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복합 점포에서 라임 펀드를 판매한 것에 대해 계열사 감독을 못 했다는 이유로 제재 대상에 올라있다.
제재심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자정까지 우리은행에 대한 징계 수위를 논의하는 데 집중했고 논의 끝에 ‘사모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라임 펀드 판매 당시 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게 문책경고 상당 징계를 결정했다. 전 부행장보에는 정직 3개월 상당으로 조치할 예정이다. 또한 우리은행에 대해선 업무의 일부정지 3개월과 과태료 부과를 금융위에 건의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제재심에서의 쟁점은 부당권유 여부였다. 금감원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제재 당시 내부통제 미비로 이미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를 적용한 까닭에 이번에는 자본시장법상 부당권유의 금지 조항 위반을 적용해 징계를 내렸다.
금감원 검사국은 우리은행이 본점 차원에서 라임 펀드의 부실 여부를 알고 판매했다고 부당권유를 주장한 반면, 우리은행은 사전에 부실 여부를 알 수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제재심에서 손 회장의 징계가 감경된 것은 우리은행의 피해자 구제 노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대한 100% 배상을 하라는 분조위 결과를 수용해 투자자들에게 판매금액 650억원을 전액 반환했고 환매가 연기된 플루토와 테티스 펀드 등에 대해서도 원금의 51%를 선지급했다. 지난달에는 Top2, 플루토, 테티스 등 약 2703억원 규모의 라임 펀드에 대한 분조위의 배상 권고안을 수용했다.
이에 금융감독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는 1차 제재심에서 “우리은행이 피해자 구제를 위해 노력했다”는 공식 의견을 사상 처음으로 제출했다.
다만 징계 수위를 두 단계 낮추길 희망했던 우리금융 입장에선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금융사 임원 제재 수위는 Δ해임 권고 Δ직무 정지 Δ문책 경고 Δ주의적 경고 Δ주의 등의 5단계로 나뉜다. 징계수위가 한 단계 경감이 됐지만 여전히 중징계에 해당한다. 제재가 그대로 확정되면 현직 임기 종료 후 향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금지된다. 이번 경감 결정에 대한 실익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은행은 추후 이뤄질 금융위원회 의결 과정에서 한 단계 더 감경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상 정보취득이 제한된 판매사로서 라임 펀드의 리스크를 사전에 인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금융위원회에 적극적으로 소명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제재심 결과는 과거 (손 회장의) 은행장 재임 시절과 관련된 것으로 이는 그룹 회장 직무 수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라임 펀드 판매사인 신한은행과 그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에 대한 제재심은 22일 재차 열릴 예정이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이날 오후 7시30분쯤 금감원을 찾아 제재심 출석을 위해 대기했지만 우리은행에 대한 심사만 이어지면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제재심이 22일 열리게 되면서 신한은행 입장에선 한시름 덜게 됐다. 피해자 구제를 위한 노력 요건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오는 19일 신한은행이 판매한 라임 크레딧인슈어드(CI) 펀드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를 열 예정인데 이르면 20일쯤 은행에 권고안을 통보할 방침이다. 이럴 경우 신한은행은 제재심 전에 임시 이사회를 열고 권고안 수용을 결의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제재심은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게는 중징계인 ‘문책경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게는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를 각각 통보한 상태다. 신한은행이 피해자 구제 노력 요건을 충족하면 진 행장은 징계 수위를 경감받을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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