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은 새로운 전력 공급원으로 주목 받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현대차와 기아가 최근 공개한 전기차 ‘아이오닉5’와 ‘EV6’는 모두 전기차를 구동하는 고용량 배터리의 전력을 차량 밖에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한번 충전으로 수백 킬로미터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에 장착되는 배터리는 상당한 양의 전력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손쉽게 충전하고 활용할 수 있는 대용량의 배터리가 자동차에 실려서 공간적 제약 없이 활용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전기차의 보급은 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바꿔놓을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전기차 배터리가 얼마나 의미 있는 수준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지를 가볍게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타이거 우즈의 교통사고를 계기로 자동차 안전 이슈 전반을 짚어본 지난번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관심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우즈와 차의 악연, ‘사람 리스크’ 극복이 과제인 차량 안전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10313/1058615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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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donga.com/news/Series/70010900000002
● 자유롭게 전기 뽑아 쓰는 아이오닉5·EV6
현대차와 기아는 최근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EV6를 공개했습니다. 이 두 차에 적용돼 관심을 모으고 있는 기술이 바로 ‘V2L’입니다.
V2L은 비히클 투 로드(Vehicle to Load)를 줄인 말로 자동차에서 야외 등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전기차의 고전압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을 220V 콘센트를 활용해서 자유롭게 차량 주변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아이오닉5의 경우 현대차 임직원들이 시험 주행을 해보고 있는 상황이라 제가 직접 V2L을 이용해 보지는 못했는데요.
차량을 구매할 때 기본 제공되는 컨버터를 외부의 충전구에 충전기 대신 꽂으면 220V 콘센트를 여기에 꽂아서 전기를 쓸 수 있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이런 전력 공급 방식은 기본으로 적용되고 차량 실내 뒷좌석 하단의 220V 콘센트는 옵션 형태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 아이오닉5 한 대 완충 = 일반 가정 열흘치 전력량
기존의 내연기관차에서도 일부 차량은 콘센트를 꽂아서 전기를 쓸 수 있는 기능을 채택해 왔습니다.
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의 양과 전압 등을 감안하면 전기차의 고전압 배터리의 실용성이 훨씬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오닉5 롱레인지 모델의 경우 고전압 배터리의 용량이 72.6kWh입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의 가구당 평균 전력 사용량인 7.3kWh를 기준으로 보면 완충된 배터리로 겨울 가정의 열흘 치 전력을 감당할 수 있는 셈입니다.
물론 완충된 차의 배터리를 모두 외부 전력 공급에 쓸 수는 없겠습니다만 전기차 배터리의 용량이 상당하다는 점은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멀티탭을 이용해 여러 개의 전기기구를 연결할 수 있고 이런 경우 3.6kW의 전력을 쓸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합니다.
3.6kW는 전력 소모가 꽤 큰 편인 가정용 전열기구 한, 두개 정도는 동시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 차 배터리에서 도로 위, 집, 전력망으로 송전
전기차에 장착된 배터리는 용량이 상당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그 용도가 V2L에만 그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미 V2H, V2G라는 개념까지 제시가 된 상황인데요.
V2H는 비히클 투 홈(Vehicle to Home)을 줄인 말입니다. 정전 등의 상황에서 일정 시간 동안 가정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재난 상황에서 각 가정에 비상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는 개념입니다.
지진을 비롯한 재난이 잦은 편인 일본에서는 전기차는 물론이고 수소로 전기를 만들어서 차를 구동하는 수소전기차를 활용한 V2H의 개념까지 많이 논의돼 왔습니다.
V2G는 비히클 투 그리드(Vehicle to Grid)를 뜻합니다. 전기차의 배터리와 전력망을 연결해서 유동적으로 이용하고 효율성을 높이려는 활용 방법입니다.
V2G의 경우 저장이 쉽지 않다는 전기 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해 줄 있다는 측면에서도 바라볼 수 있겠습니다.
● 야외에서 쓰는 전기… 캠핑·레저 넘어 ‘생활’을 바꿀까
아이오닉5와 EV6가 앞으로 계속 고객들에게 인도되면 일단은 V2L이 일상 속의 기술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V2L을 기술을 이용하면 야외 활동이나 캠핑의 개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왔습니다.
야외에서 고성능 오디오와 스피커를 이용해 음악을 듣거나 숲 속에서 런닝 머신을 이용해 운동하는 모습 등을 부각했습니다.
야외에서 전기를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됐을 때 상상해볼 수 있는 일은 다양합니다.
현대차의 홍보 영상에 달린 한 댓글은 전기차를 가져가면 한강변에서 비디오 게임을 할 수 있겠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TV와 비디오 게임기 정도는 꽤 장시간 가동할 수 있는 전력량이기에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이겠습니다.
● “집 밖에서 반려동물 털 말리겠다”… 이용법
기업은 제품을 만들지만 제품과 기술을 이용하는 것은 고객입니다.
저는 비디오 게임뿐만이 아니라 야외에서 반려동물의 털을 말릴 수 있겠다거나, 커다란 튜브에 공기를 채우기가 훨씬 편해지겠다는 등의 의견에도 눈길이 갔습니다.
많은 전자 기기가 자체적으로 배터리를 장착해 ‘포터블’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전기 콘센트가 필요한 경우도 많습니다.
V2L이라는 기술은 이용자들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바꿀 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차량을 이용해 일종의 이동식 점포를 운영하려는 자영업자들에게는 기존보다 훨씬 싼 비용으로 공간적인 제약 없이 전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제시해 줄 수도 있겠습니다.
● V2L 대중화에 이어 에너지 운반체로
지금은 아이오닉5와 EV6로 인해 주목 받고 있지만 V2L 기술 자체는 특정 기업의 기술이 아닙니다.
고객들의 호응이 크다면 자연스레 다른 전기차에서도 이런 기술이 적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V2L 기술이 전기차 시대의 ‘기본옵션’이 되고,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면 전기차가 일종의 ‘에너지 운반체’로 대접 받는 시기가 올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로 V2L 기술을 활용해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지는 저도 실제로 한번 경험해 보고 또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야외에서 자유롭게 전기를 쓸 수 있다면 어떤 일을 해보면 좋을지, 독자 여러분들도 한번 상상해 보시면 재미있을 듯 합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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