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이후]부동산 정책 미세조정 전망
장기-고령자 종부세 혜택 늘리고 재산세 감면대상 기준완화 가능성
무주택 청년 대출한도 확대 추진
“시장 안정국면 흔들릴까” 우려에 투기수요 억제 기조는 유지할듯
4·7 재·보궐선거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여론이 악화된 부동산 실책을 미세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당 내에서 실수요자에 대한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줄이고 대출 규제를 완화해 들끓는 민심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책 기조를 급선회할 경우 안정 조짐을 보이는 부동산시장이 다시 들썩일 수 있는 만큼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큰 틀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8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실수요자와 청년 등의 주택 구입·보유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재·보궐선거를 전후해 여야 모두 현 부동산정책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1가구 1주택자 등 주택 실수요자를 구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조치다.
앞서 선거 다음 날인 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투기수요 억제 등 부동산정책의 큰 틀은 유지돼야 한다”면서도 “그간 제기된 다양한 의견들에 대해 그 취지를 짚어보겠다”며 미세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미세조정 카드는 크게 1주택자 보유세 부담 완화와 대출 규제 완화 등 두 가지 방향이다. 실거주자들 사이에선 부동산 공시가격이 오른 데다 올해부터 1주택자 종부세율도 0.5∼2.7%에서 0.6∼3.0%로 높아져 세 부담이 지나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에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일정 부분 줄여주는 방향에서 1주택자 보유세 부담 완화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의 경우 장기·고령자 혜택을 확대해 실거주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이 유력하다. 종부세 부과 기준인 공시가격 9억 원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서울이 아닌 전국 기준으로 보면 종부세를 내지 않는 이들이 절대 다수”라며 “대다수의 여론을 감안할 때 이 기준을 조정하기는 현재로선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재산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시가격 6억 원 이하인 재산세 감면 대상 주택 기준을 9억 원 이하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발표하며 6억 원 이하 1주택자에 한해 3년간 재산세를 감면하기로 했는데, 이 감면 범위를 더 확대하자는 것이다.
금융위가 이달 중 내놓을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에서는 청년층 등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 정책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신혼부부의 규제지역 대출한도를 확대하는 식으로 청년,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택구입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당국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산정 시 10%포인트 이상을 부여하는 방안, 우대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소득요건 완화) 등 여러 방안을 두고 모의실험(시뮬레이션)을 진행 중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정치권의 대출 규제 완화 요구까지 반영한 시뮬레이션 작업이 이뤄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가계부채 증가율 억제라는 큰 틀의 정책 방향은 변함이 없다”라고 했다.
정부가 우려하는 부분은 민심을 고려해 부동산정책을 미세조정하더라도 안정 국면에 접어든 부동산시장에 다시 불이 붙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96.1로 지난해 11월 넷째 주 이후 처음으로 기준선(100) 아래로 떨어졌다. 대출 규제를 풀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8%까지 치솟은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4%까지 낮추겠다는 금융당국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이다.
정부 관계자는 “아무리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보완책이라 해도 자칫 투기수요 근절이라는 부동산대책의 큰 틀이 흔들릴 수 있는 우려가 있다”며 “우선 당을 중심으로 큰 방향성이 정해진 다음에야 정부가 본격적인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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