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대신 화물’ 항공업계, 치열해진 경쟁에 수익성 악화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14일 03시 00분


작년 1분기 적자 대한항공-아시아나
화물 중심 개편하며 흑자 전환 전망… ‘해외직구’ 확산 물동량도 크게 늘어
저비용항공사들도 화물로 눈 돌려… 작년 12월 정점이던 운임 계속 하락

지난해 여객 수요 감소 속에서도 화물 운송으로 버텼던 국내 항공 산업이 올해도 화물 수송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항공사 간 화물 운송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분기 이후 수익성이 이제까지보다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증권업계 예상을 종합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연결 기준으로 올해 1분기(1∼3월) 흑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여객 수송이 부진하며 지난해 1분기에는 각각 827억 원, 2920억 원 적자를 냈지만 사업구조를 화물 중심으로 개편한 덕에 올해는 흑자 반전이 예상된다. 대한항공의 연간 매출에서 여객과 화물의 비중은 2019년 각각 65%, 21%였지만 지난해엔 27%와 57%로 뒤바뀌었다.

항공사들이 화물 운송에 적극 나서면서 물동량도 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 2월 인천국제공항(우편화물 제외)을 통한 수입화물 건수(512만193건)는 지난해 같은 기간(414만8253건)보다 23.4% 늘었다. 수출 화물(139만3670건)은 전년 동기 대비 66.8% 증가했다.

무엇보다 해상운송 운임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해상 운임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기준 지난해 4월 877.82에서 이달 초 2652.12로 3배 이상으로 올랐다. 그러자 화주들이 차라리 조금 더 비싸도 빠른 항공 운송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여기에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소비자들이 해외 직구 쇼핑을 늘리며 ‘보복 소비’를 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진에 따르면 해외 온라인쇼핑몰 상품을 현지에서 받아 대한항공편으로 국내에 배송하는 ‘이하넥스’의 올해 1분기 배송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었다.

올 1분기 인천∼로스앤젤레스 노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여객은 86% 줄었지만 화물은 31.4% 늘었다. 인천∼도쿄(나리타) 노선은 여객 감소 폭이 94.3%에 달했지만 화물은 오히려 30.4% 증가했다. 인천∼뉴욕·시애틀, 인천∼오사카(간사이)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제선이 각국 거점공항을 잇는 소수 편만 남으며 이 노선들에 화물 수요가 몰린 이유도 있지만, 그래도 전체 항공편 수가 감소한 걸 감안하면 화물 운송 수요는 증가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과거 여객 사업에 집중했던 저비용항공사(LCC)도 국제선 화물운송에 나섰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11월 인천∼호찌민(베트남) 노선에 이어 13일부터 주 4회 인천∼하노이 노선에서도 화물 운송에 나섰다. 호찌민 화물 노선에서는 의류, 전자제품 원재료, 완제품 등 1100t이 운송됐다. 진에어는 지난해 10월 B777 여객기 좌석을 철거한 뒤 화물 전용기 운항에 나서기도 했다. 제주항공도 중국, 대만 노선에서 운항 중인 화물 노선을 지난달 베트남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항공사들의 화물운송 경쟁이 커지며 2분기 이후 수익성은 후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콩 TAI 항공 화물 운임지수 기준 지난해 12월 kg당 각각 7.5달러(약 8500원), 5.59달러였던 홍콩∼북미, 홍콩∼유럽 노선 화물운송 운임은 지난달 5.48달러, 4.05달러로 줄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한 화물운송 외에 이렇다 할 수익 창출 여력이 없는 항공사들로서는 화물 운임마저 하락하면 돈벌이가 쉽지 않게 된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상반기까지는 화물 부문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하반기에는 화물기 공급 확대, 여객기 운항 증가 등으로 화물 수익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대한항공#아시아나#저비용항공사#화물운송#항공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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