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연구팀, S&P1500기업 분석
“고객사 자문 용역 재수임 위해 경영자가 만족할만한 금액 제시”
보상 과대책정 관행 규제위해 美증권거래위, 자문료 공시 의무화
기업이 경영자에 대한 보상 수준을 결정할 때는 재능 있는 인재를 영입하고, 효과적으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할 뿐 아니라 노동 시장의 경쟁 및 관련 규제 같은 요인도 적절히 고려해야 한다. 경영자 보상 정책을 결정할 권한은 이사회의 보상 위원회가 갖고 있는데, 위원회의 사외이사들은 대부분 보상 계약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사회가 발달한 미국 대기업들은 보상 컨설팅 기업에 자문하는 경우가 많다. 보상 컨설턴트는 산업별로 경영자 보상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관련 규정 등 보상 설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분석해 최적의 보상 수준을 내놓는다.
하지만 보상 컨설턴트들이 이 분야의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객관적인 경영자 보상 금액을 제시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보상 컨설턴트들도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즉 나중에 이 기업의 보상 자문 용역을 재수임하거나, 추가적으로 기타 용역을 수임하기 위해 고객사에 적정 수준보다 높은 보상 금액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애리조나주립대와 서울대 등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보상 컨설턴트의 자문 용역 재수임과 기타 용역 수임 같은 경제적 유인이 실제로 경영자 보상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했다.
연구팀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보상 컨설턴트 자문 수수료를 공시한 S&P1500 기업들을 표본으로 경영자 보상 자문 수수료 및 기타 용역 수수료가 경영자 보상 금액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경영자 보상과 관련한 자문 수수료를 많이 받는 컨설턴트들이 고객사에 더 높은 경영자 보상 금액을 제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컨설턴트가 고객사의 자문 용역을 다시 수임하기 위해 경영자가 만족할 만큼 높은 수준의 보상 금액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한편, 기타 용역 수수료는 경영자 보상 금액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2009년 보상 컨설턴트들이 기타 용역을 수임하기 위해 경영자 보상을 과대 책정하는 관행을 규제하기 위해 새로운 공시제도를 제정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 동일한 컨설턴트로부터 경영자 보상과 기타 용역을 모두 제공받을 경우 자문료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연구 결과는 새로운 제도 도입 이후 보상 컨설턴트가 기타 용역 수임을 기대하지 못하게 되면서 그 대신 경영자 보상 자문 용역을 재수임하기 위해 경영자 보상을 과대 책정하는 풍선 효과가 발생했음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경영자 보상에 대한 공시 규정은 미국보다 미흡하며, 보상 컨설턴트의 역할도 걸음마 수준이다. 한국도 해외의 경영자 보상 및 자문료 공시제도의 시행 사례와 그로 인한 부작용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경영자 보상 공시제도의 투명성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
김진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jinkim@konkuk.ac.kr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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