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중간지주사인 SK텔레콤을 통신 관련 회사와 투자 전문 회사로 나누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공식화했다. 인적분할을 통해 존속회사는 5세대(5G) 통신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을 펼치고, 신설회사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14일 내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타운홀 미팅에서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 방향을 설명했다. 박 사장은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에 따라 SK텔레콤은 이동통신 사업을 하는 ‘AI&디지털인프라 컴퍼니’(SKT 존속회사)와 투자회사인 ‘ICT 투자전문회사’(신설회사)로 분할된다.
SK텔레콤 측은 이번 인적분할의 취지에 대해 “통신과 더불어 반도체, 뉴ICT 자산을 시장에서 온전히 평가받아 미래 성장을 가속화하고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1위인 통신사업과 신성장산업을 분리해 각 영역에 적합한 경영구조와 투자기반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AI&디지털인프라 컴퍼니’에는 유선통신 사업을 하는 SK브로드밴드를 포함한 통신 관련사들이 자회사로 편입된다. 국내 점유율 1위인 5G 리더십을 기반으로 AI와 클라우드 등 디지털 사업을 강화해 ‘캐시 카우’ 역할을 굳건히 한다는 계획이다. ‘ICT 투자전문회사’에는 SK하이닉스, 11번가, ADT캡스, 티맵모빌리티 등 반도체, e커머스 회사들이 포함된다.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신산업들을 자회사로 묶은 것이다.
SK가 이처럼 인적분할에 나선 이유는 신산업 확대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국내를 기반으로 한 통신 사업이 확장성에 한계가 있는 만큼 신산업에 무게를 더 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수익 창출-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전략도 세우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구글의 ‘알파벳’도 2015년 8월 지주사 알파벳을 출범하면서 주력 기업인 구글과 신성장 기업군으로 회사를 나눠 신사업 확대에 속도를 냈다”고 했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성격도 있다. 개편 이후에도 SK하이닉스는 지주회사인 SK㈜의 손자회사로 남아 인수합병을 진행할 경우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하는 등 제한을 받는다. 하지만 SK하이닉스 대신 중간지주회사가 직접 투자에 나설 수 있어 기존보다는 투자에 제약을 덜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측은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 투자,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진행했을 때보다 더욱 활발한 투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된 신설회사와 SK㈜의 합병설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합병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추후 이사회 의결, 주주총회 등의 절차를 거쳐 연내 분할을 완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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