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들이 오지를 않잖아. 재택근무 하니까 또 없고. 장사한 뒤로 처음으로 토요일, 일요일 계속 쉬었어.” “선영이라는 이름도 딸아이 태명이야.”
산낙지 전문점 ‘선영이네’를 운영하는 사장 김태윤 씨(67)는 동영상 속에서 이렇게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김 씨의 이야기가 담긴 이 영상은 TV 맛집 소개 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최근 하나금융그룹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골목기행’ 속 장면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소상공인, 지역사회, 청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하는 ‘공존금융’이 주목받는 가운데 국내 금융사들이 선보이는 온라인 콘텐츠도 이에 발맞춰 진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골목상권을 소개하거나 매출이 감소한 지역 농가를 위해 온라인 판매 채널을 제공하는 등 ‘상생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금융은 ‘골목상권 응원 프로젝트’의 하나로 골목기행 동영상을 제작해 공식 유튜브 채널 ‘하나TV’에 올렸다. 선영이네가 등장한 1회는 누적 조회수 25만 회를 넘겼다. 1979년부터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자리를 지켜온 선영이네는 하나은행 본점에서 약 500m 떨어져 있다. 김 씨는 “영상이 나간 이후 한동안 뜸했던 손님들이 다시 찾아온다”며 “은행이 적극적으로 홍보해주니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어려운 상인들을 돕기 위해 기획한 것”이라며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해 맛집을 선정했고, 앞으로 주변 맛집 3곳을 더 소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농어민들이 새로운 직거래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금융사가 농수산물을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 방송도 진행한다. 신한카드는 13일 오후 8시부터 자사 유튜브 채널과 인터파크TV 채널을 통해 제주농협의 ‘카라향’(귤의 품종)을 판매하는 ‘확신LIVE-aT 제주’를 내보냈다. 1시간 동안 판매된 금액은 1600만 원에 이른다.
신한카드는 앞으로 한 달에 2, 3번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제작해 전국 각 지역의 특산물을 소개할 예정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농어민과 소비자들이 상생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들이 가교 역할을 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진행한 스튜디오 ‘확신제작소’는 공적 목적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개인, 단체 등을 대상으로 대여해주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9세 미만 클릭금지, 서른만’이라는 제목의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지난달 4일부터 공개했다. 30대를 위한 고민 상담소를 표방하는 콘텐츠다. ‘축의금은 얼마나 내야 하나’ 등 크고 작은 주제로 출연자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다. 13일까지 공개된 영상 4편의 누적 조회수는 33만 회에 이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우리 사회가 공유해야 할 사회적 가치를 발굴하고 이를 콘텐츠로 만드는 것도 금융사가 해야 할 일”이라며 “30대의 의견을 다양하게 듣고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 이런 콘텐츠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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