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부터 수도권과 광역시, 세종시, 도(道)의 시(市) 지역에서 6000만 원을 초과하는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 30일 내에 해당지역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야 한다. 또 월임대료가 30만 원을 초과하는 임대차 계약도 신고 대상이다.
국토교통부는 15일 이런 내용을 담은 ‘부동산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는 임대차 3법 가운데 하나인 ‘전월세신고제’를 6월 1일부터 시행하기 위한 후속조치로 마련된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등이 포함된 임대차 3법 법안을 통과시켰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는 지난해 7월 31일 법이 개정되면서 곧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반면 전월세신고제는 데이터베이스 등을 구축하는 사전준비가 필요해 올해 6월 1일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미뤄진 상태였다.
이번 조치로 임대소득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됐다. 정부는 이번 제도가 임대소득 과세를 위한 것은 아니며 이에 활용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사용할 여지가 충분해 논란이 예상된다.
● 6월부터 모든 전월세 계약 신고
전월세신고제는 임대인이나 임차인이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지자체에 신고하게 하는 제도다. 대상 주택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적용받는 모든 주택이다. 아파트나 다세대 등 주택뿐만 아니라 고시원과 기숙사 등 준주택, 상가내 주택이나 판잣집, 비닐하우스 등 비주택도 대상에 포함된다.
신고 대상 지역은 수도권 전역과 지방 광역시, 세종시, 도의 시 지역이다. 임대차 보증금 6000만 원을 초과하거나 월세가 30만 원을 넘기면 신고해야 한다. 반전세의 경우 보증금이나 월세 중 하나라도 이 기준을 초과하면 신고 대상이 된다.
보증금 기준을 6000만 원으로 한 것은 확정일자 없이도 최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는 보증금의 최소금액이 6000만 원이라는 점이 감안됐다. 이에 따라 전국의 웬만한 도시지역에서 일어나는 주택 임대차 계약은 대부분 포함된다는 뜻이다.
갱신 계약을 한 경우엔 종전 임대료와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도 신고해야 한다. 다만 금액 변동이 없다면 신고 대상에서 제외된다.
● 임대인과 임차인, 누구나 신고 가능
임대인과 임차인의 공동 신고가 원칙이지만 둘 중 한쪽이 신고할 수도 있다. 한쪽이 계약을 신고하면 다른 상대방에게 이 사실이 문자 메시지로 통보된다. 임대인이나 임차인이 아니라 공인중개사 등에게 신고를 위임할 수도 있다.
관할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신고할 수 있지만 온라인으로 임대차 계약서 사진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접수해도 된다.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할 때 계약서를 첨부하면 임대차 계약 신고를 한 것으로 간주된다. 임대차 계약을 신고하면서 계약서를 제시하면 자동으로 확정일자를 부여받을 수도 있다.
만약 계약서가 없으면 계약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문서나 통장 입금내역 등 계약을 입증할 만한 서류를 확보해 신고하면 된다.
임대차 계약을 허위로 신고하면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신고하지 않는 경우에도 미신고 기간과 계약금액 등에 비례해 4만 원에서 100만 원까지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제도의 정착을 위해 시행 첫 1년간, 즉 내년 5월 말까지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계도기간으로 운영된다.
● 대전, 세종, 용인에서 시범 운영
전월세신고제를 통해 쌓인 임대차 가격과 기간, 계약 갱신율 등 임대차 시장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돼 국민의 임대차 물건 검색 등에 활용된다.
국토부는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이달 19일부터 대전시 서구 월평 1·2·3동, 세종시 보람동,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등 5개 지역에서 신고제를 시범 운영한다.
또 11월부터는 계약금액, 계약일, 계약기간, 갱신 계약시 임대료 증감액 등 임대차 데이터를 시범 공개할 예정이다. 여기에 지역별 시점별 예상 임대물량, 지역별 계약 갱신율, 임대표 증감률 등에 대한 정보도 제공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이런 데이터가 과세 정보로 활용될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관계가 없으며, 이를 과세 자료로 활용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 세입자 보호 강화
6월 1일부터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면 대부분 도시지역 주택 임대차 계약이 신고 대상이 돼 전월세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주택 임대도 매매와 같이 실거래가 정보가 고스란히 드러나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제도가 임차인 보호를 위해 마련됐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선 임대차 신고를 통해 확정일자가 자동적으로 부여된다. 그동안 전체 임차 가운데 확정일자를 받는 경우가 30%에 불과했다. 특히 소액계약이나 단기계약, 갱신계약 등은 그동안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 경향이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신고만 하면 자동적으로 확정일자가 부여돼 임대차 보증금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온라인 접수가 가능해진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이번 제도 도입에 따른 장점이라고 말한다. 현재는 확정일자를 받기 위해 주민센터나 법원 등기소를 직접 방문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온라인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투명한 정보 공개로 거래편의가 높아질 수도 있다. 세입자는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해지고, 집주인은 적정한 임대료 산정을 통해 공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신고내용을 기금대출이나 보증상품 등에 접목시키는 방안도 추진한다. 신청인이 별도로 계약서를 제출하지 않고, 신고제 내용을 전산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 과세 자료로 쓰일 가능성
전월세신고제 도입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학계 세미나 등을 통해 이 제도가 임대소득 공평과세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많이 나왔다.
과세당국은 2019년 귀속분부터 2000만 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해서도 전면과세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전월세신고제로 확보된 정보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에 대해 “가능성이 전혀 없다”며 강력 부인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 제도는 임대 계약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과세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라며 “국세청도 이 자료를 활용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후 시장 상황 등 제반 여건에 따라 전월세신고제가 임대소득 과세에 쓰일 여지는 남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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