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3苦세대 <상> 빈곤세대 내몰리는 청년들
대졸-30대 기자의 알바 구직 체험
나이 제한 없는 카페, 자소서 요구…8개 문항 답변했지만 낙방 쓴맛
“알바 못하면 생활비 감당 힘든데”…면접장서 만난 대학생 깊은 한숨
‘동종업계 경력자 우대.’
‘21∼27세만 지원 가능.’
지난달 16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카페에서 알바 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취업 준비생이던 5년여 전 한 식당 주방에서 잠시 뚝배기 그릇을 닦았던 마지막 알바 경험을 떠올리며 음식점 알바 자리를 알아봤는데, 이제 그 정도 경력의 30대 초반 구직자를 반기는 곳은 별로 없었다. 식당 서빙과 카페 알바 자리의 대부분은 20대만 뽑거나 숙련된 경력자를 원했다.
지원 자격에 나이 제한이 없는 대학가 근처 카페의 알바 공고를 어렵게 찾았다. 시급은 8720원. ‘지원’ 버튼을 눌렀다. “앞으로 1년 계획은 어떻게 되나?” 단기 알바를 지원했는데 앞으로 1년 후 계획까지 자기소개서를 충실히 써야 했다. 다음 질문은 “이전 알바 경험 중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말해 달라”였다. 총 8개 질문에 30분가량 답변을 작성해 지원서를 제출했다. 정규직 일자리 자기소개서 못지않은 시간을 들였다. 결과는 낙방. 카페로부터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66전 63패 3승. 33세인 본보 기자가 지난달 알바 구직시장에서 받은 성적표다. 66곳의 알바에 지원해 3곳으로부터만 면접 제안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청년들의 알바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었다. 경력이 없고 나이가 많으면 알바 구하기가 더 어렵다.
대부분의 구인공고에는 ‘동종업계 경력자 우대’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근무 경력을 유독 강조하는 한 편의점은 지원할 때 ‘경력이 있느냐’고 재차 묻기도 했다. ‘편의점 알바 경험은 없지만, 성실히 일하겠다’고 이력서에 적었지만 면접 제안을 받지는 못했다.
지원 자격을 20대로 제한한 카페도 많았다. 30대는 아예 지원할 수도 없었다. 한 사장님은 “아무래도 손님과 직접 대면하는 알바생은 20대를 선호한다”며 “나이가 젊으면 좀 더 밝은 느낌을 줄 수 있다”는 편견을 드러냈다. 면접에서도 “지금 직업을 가질 나이 같은데 알바를 하려는 순수한 의도가 무엇이냐”며 집요하게 나이를 물고 늘어졌다.
치열한 알바 구하기 경쟁은 면접 현장에서도 느껴졌다. 기자가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일식당에 면접을 보러 갔을 때 이미 한 남성이 면접을 보고 있었다. 기자가 면접을 할 때 또 다른 여성이 들어와서 차례를 기다렸다. 식당 주인은 “할 사람은 많으니 하루만 일하고 관둬도 된다. 미리 얘기만 해달라”고 얘기했다.
면접을 끝내고 나올 땐 “알바를 못 하면 생활비 감당이 안 된다”는 한 청년의 말이 떠올랐다. 기자가 한창 취업 준비를 하던 5년 전에도 ‘청년 실업’은 이슈였다. 그때에 비해 청년 고용시장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30대에겐 더 벽이 높아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사상 최악의 취업난이 지속되다 3월에야 13개월 만에 일자리가 늘었다. 정부의 일자리 사업으로 20대 청년과 60대 이상의 노인 일자리는 증가했지만 30대 취업자는 전년 동기보다 17만 명이 줄었다. 3월 ‘쉬었음’이라고 답한 인구는 30대가 전년 동기보다 11.1%나 증가했다. 30대의 증가율은 은퇴 세대인 60세 이상의 증가율(11.7%)과 엇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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