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대응 논의중 ‘경고성 메시지’ 나와
美, 6월초 글로벌 공급망 조사 완료…中반도체 산업 겨냥 ‘공격’ 가능성
국내 기업들 中공장도 악영향 우려…삼성-SK 등 美투자 확대 검토 나서
대중 제재 시나리오별 방안 고심
“이르면 6월 미국 정부의 강도 높은 ‘반도체 청구서’가 온다.”
최근 정부가 이 같은 내용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전하고 민관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 반도체 관련 미국의 강력한 제재가 나올 수 있으니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2분기(4∼6월) 내 미국 투자를 서두르는 등 기업마다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2월 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00일 동안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개 핵심 분야의 글로벌 공급망을 점검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조사는 6월 초 완료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한미 정상회담(5월 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6월)가 맞물리는 이 시기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할 미국의 추가 제재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망 점검 행정명령은 사실상 중국 제재를 위한 ‘명분 쌓기’일 가능성이 높다. 화웨이, SMIC 등 특정 중국 기업이 아닌 중국 반도체 산업 전반을 견제할 방안이 나올 가능성도 작지 않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중 반도체 전쟁’을 벌이는 배경은 현재 반도체 제조 주도권이 한국 대만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이에 △삼성전자, 대만 TSMC 등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짓도록 하고 △인텔 등 자국 기업의 파운드리 육성 방안을 마련 중이다.
6월에 올 더 큰 제재는 중국의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공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후방에는 설계(미국, 영국), 소재 및 장비(네덜란드, 일본)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미국의 설계 기술 등을 이용한 반도체가 중국 화웨이로 판매되는 길을 막았다. 바이든 정부는 네덜란드, 일본, 영국 등 동맹국과 손잡고 화웨이뿐 아니라 중국 전체의 반도체 공급망에 타격을 입힐 제재를 준비 중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미국 내에서 반도체 장비의 대중 수출을 차단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산하 인공지능(AI)위원회는 지난달 초 연방의회에 “일본, 네덜란드 등과 협력해 최첨단 극자외선(EUV) 및 불화아르곤(ArF) 관련 장비 수출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두 장비 수입이 막히면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이 불가능해진다. 중국 공급망에 타격을 입힐 제재안이 현실화되면 중국에서 메모리 반도체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도 직접적 영향권에 들게 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투자 확대를 검토하는 한편으로 중국 제재 시 대응 방안을 고민하는 상태다. 우선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의 미국 텍사스주 파운드리 신규 공장 투자를 2분기 내 확정 지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쟁사인 TSMC, 인텔 등이 이미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에 삼성전자도 더 이상 투자 발표를 미루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 바이든 대통령의 ‘반도체 청구서’에 화답하는 방식으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공장 설립 발표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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