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전기자동차 시장이 커진다는 건 알겠는데 어떤 기업이 시장을 주도할지는 잘 모르겠죠? 그래서 상장지수펀드(ETF)가 중요합니다.”
고객 자산 47조 원을 굴리는 김정범 미래에셋증권 고객자산운용본부장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ETF 성장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 융합의 시대에는 ‘테마형 ETF’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부터 주식시장으로 머니무브(자금 이동)가 이어지는 가운데 수익률과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아 ETF 투자에 뛰어드는 ‘개미’들도 늘고 있다. 실제 국내 ETF 시장 규모(시가총액)는 2010년 말 6조578억 원에서 지난해 말 52조365억 원으로 10년 만에 9배 가까이로 급성장했다.
○ 자산가들은 발 빠르게 테마형 ETF에 투자
김 본부장은 “편리성, 경제성, 투명성 측면에서 ETF는 가장 핫한 금융상품”이라고 말했다. ETF는 증시에 상장돼 주식처럼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데다 평균 보수가 연 0.3% 안팎으로 액티브 펀드보다 저렴하고, 편입된 자산의 변화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그중에서도 테마형 ETF를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테마형 ETF는 클라우드, 헬스케어, 전기차 등 거대 트렌드 변화에 투자하는 ETF다. 김 본부장은 “최근 산업 간, 기술영역 간 융합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하나의 산업을 추종하는 것보다 우주, 전기차 같은 메가 트렌드를 쫓아 투자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고액 자산가들은 이미 발 빠르게 테마형 ETF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고객 1만2100여 명의 ETF 투자를 분석한 결과 최근 6개월간 잔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상위 2∼4위 ETF는 모두 테마형 ETF였다.
2차전지 관련 종목에 투자하는 ‘TIGER KRX2차전지K-뉴딜’, 전기차와 관련된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 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에 투자하는 ‘TIGER KRX BBIG K-뉴딜’ 등이다. 모두 지난해 10∼12월 신규 상장된 테마형 ETF다.
○ ETF 투자도 ‘분산’ ‘적립’ 2가지 기억해야
김 본부장은 유망한 메가 트렌드라도 하나의 ETF에 ‘몰빵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광받는 테마는 언제든 바뀔 수 있고 국가별로도 시장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ETF도 분산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미래 산업에 투자하고 싶다면 전기차에 몰아서 투자할 게 아니라 게임, 헬스케어 등으로 투자군을 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ETF도 적립식 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주식 투자 수익의 80∼90%는 전체 보유 기간의 7%에서 나온다는 분석이 있다. 수익을 최대한 높일 기간만 콕 집어내기 어려운 만큼 적립식으로 장기 투자해야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ETF 종목을 투자자 스스로 선택하는 게 어렵다면 ‘ETF랩’이 효과적인 투자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TF 랩은 전문가가 유망 ETF를 골라 펀드처럼 구성해주는 상품이다. 펀드와 달리 거의 실시간으로 종목 구성을 확인할 수 있다.
김 본부장은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 혁신성장 ETF랩의 연환산 수익률은 27%에 이른다”며 “ETF랩 순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1000억 원 수준에서 올해 2월 말 3000억 원으로 급증하는 등 투자자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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