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월까지 가상화폐(가상자산)를 이용한 자금세탁, 사기 등 불법 행위를 범부처 차원에서 집중 단속한다. 가상화폐 시장이 이상 과열을 보이며 국내 시세가 해외보다 높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이 나타나는 등 불법 투기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도 국내 가상화폐 차익의 해외 송금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19일 국무조정실 등 관계부처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상자산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이달부터 6월까지를 ‘범정부 차원의 특별단속기간’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가상자산 거래는 투자라기보다는 투기성이 매우 높은 거래”라고 말했다.
우선 금융위원회는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를 현금화할 때 금융사들에 1차 모니터링을 요청할 계획이다. 불법 의심거래는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을 통해 수사기관과 세무 당국에 통보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금융감독원과 함께 5만 달러 이상의 해외 송금을 제한하는 외국환거래법 등 관계법령 위반 여부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치 프리미엄’을 활용해 국내에서 가상화폐를 팔아 얻은 차액을 외국으로 보내는 송금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경찰은 가상화폐 계정이나 가상화폐 사업자를 해킹해 가상화폐를 탈취하는 행위나 이를 이용한 다단계 금융범죄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상화폐 사업자의 이용약관을 조사하고 투자자에게 불리한 불공정 약관이 있다면 바로잡을 계획이다. 또 방송통신위원회는 온라인에서 가상화폐의 투자 사기나 미신고 영업 행위와 관련한 광고를 차단한다.
정부가 가상화폐 투기 단속에 나서는 건 최근 시장이 과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가상화폐를 대상으로 산출하는 ‘알트코인지수(UBAI)’는 19일 오후 3시 50분 현재 8197.04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707.52)의 4.8배 수준이다. 올 들어 알트코인의 시가총액이 4.8배로 커졌다는 뜻이다. 비트코인이 올 들어 최고가 경신을 이어가자 변동성이 더 큰 알트코인으로 투기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가상화폐를 팔아 생긴 현금을 해외로 송금하는 의심 사례가 급증하자 은행권도 송금 한도 제한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19일부터 중국에 비대면으로 송금하는 서비스인 ‘은련퀵송금 다이렉트 해외송금’에 월 1만 달러 한도를 신설했다. 기존에는 연간 5만 달러 이내, 일간 5000달러 이내의 한도가 있었는데 이날부터 월간 1만 달러 이내의 한도가 추가된 것이다. 가상화폐 차익 거래로 추정되는 중국으로의 송금액이 최근 급증한 데다 정부가 감시 강화를 요청하자 이 같은 한도를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 창구에서 송금하면 증빙 서류 등을 받아 의심스러운 거래를 걸러낼 수 있지만 비대면 송금은 의심 거래를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어 이 같은 한도를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재무부가 가상화폐 관련 범죄 조사에 나섰다’는 소문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자 17일(현지 시간) 비트코인 가격이 1시간 만에 개당 5만9000달러(약 6600만 원)에서 5만1000달러(약 5706만 원)로 14% 가까이 폭락했다. ‘@Fxhedgers’라는 아이디 사용자가 18일 오전 트위터에 ‘미 재무부가 돈세탁을 위해 가상화폐를 이용한 몇몇 금융기관을 고발할 것’이라고 썼는데, 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가상화폐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재무부는 해당 사태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CNBC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들은 여전히 거품”이라며 최근의 급등락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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