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형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늘(21) 열린 20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 장관 회의에 참석해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에 대해 단호히 경계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홍 직무대행은 이어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10주 만에 다시 확대되며 불안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의 등장에 따른 기대감에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이른바 강남 4구의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음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여당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 대상 조정과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등 현 정부가 고수해온 정책 방향을 수정하는 이른바 ‘정책 뒤집기’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2·4 대책’와 LH직원 땅 투기 의혹 제기 이후 추진되고 있는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 대책’의 후속조치들에도 속도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홍 직무대행도 이날 회의에서 두 대책의 후속조치 계획을 설명하면서 “속도감 있게 진행한다”거나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최대한 빨리 실행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 다음달부터 부동산 정책 수정 시작
홍 직무대행이 언급한 “당정간 협의 프로세스”의 대상은 ‘4·7 보궐선거’ 전부터 여당에서 꾸준히 요구해온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과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의 완화이다. 특히 보궐선거의 참패 이후 여당 의원들은 앞 다퉈 관련 조치의 필요성을 제기하거나 관련 법 개정안을 제출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도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홍 직무대행은 19일과 20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 참석해 “작년에 부동산 가격이 많이 뛰고, 공시가격 현실화율까지 고려해 세 부담이 많이 늘어났다. 세 부담을 줄여주고, 경감 부분에 대해 최대한 고려하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특히 종부세에 대해서는 “9억 원 기준이 11, 12년 전에 마련된 것”이라며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잘못된 시그널이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짚어보고 있다”며 종부세 기준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1주택자 재산세 감면 기준이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현재 9억 원인 종부세 기준(1주택자 기준)이 12억 원으로 높여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이 같은 조치가 상반기에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더불어민주당의 고위 관계자도 “가급적 재산세 과세 기준일인 6월 이전에 기준을 수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는 좀 더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당정은 이르면 이달 말 청년 등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하기로 합의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10%포인트의 LTV 우대 대상자 범위를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현재 투기과열지역에서는 LTV 40%, 조정대상지역은 50%가 인정된다. 다만 일정 소득 기준 이하인 무주택자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한해 매매가 6억 원 이하(조정대상지역은 5억 원) 주택 구매시 10%포인트를 더해 각각 50%, 60%를 인정해준다.
정부와 여당은 여기에다 매매가나 소득기준을 높여서 LTV 우대 수혜 계층을 넓힐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 2·4 대책도 속도전…사전청약물량 3만 200채 확정
‘2·4대책’의 후속조치는 예정된 일정대로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 방침이다. 이를 위해 우선 오늘(21일) 7월부터 시행될 3기 신도시를 포함한 사전청약 대상주택(3만 채)의 세부 정보를 공개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사전청약물량은 모두 3만200채로, △7월에 4400채 △10월 9100채 △11월 4000채 △12월 1만 2700채 등이다.
7월에는 3기 신도시인 인천 계양지구의 1100채를 비롯해, 남양주 진접2(1600채) 위례신도시(400채) 성남 복정1지구(1000채) 의왕 청계2(300채) 등 5곳에서 청약을 받는다.
10월에는 남양주 왕숙2(1400채)와 성남 신촌(300채)·낙생(900채)·복정2(600채), 인천 검단·파주 운정3(각 1200채), 의정부 우정·군포 대야미(각 1000채), 의왕 월암(800채), 수원 당수(500채), 부천 원종(400채) 등 11곳서 사전청약이 이뤄진다.
11월에는 하남 교산(1000채) 과천 주암(1500채) 시흥 하중(700채) 양주 회천(800채) 등 4곳에서 4000채가 공급된다.
마지막으로 12월에 남양주 왕숙(2300채)과 부천 대장(1900채), 고양 창릉(1700채) 등 3기 신도시지역과 부천 역곡(900채), 시흥 거모(1300채), 안산 장상(1000채)·신길2(1400채), 구미갈매역세권(1100채), 동작구 수방사(200채), 고양 장항(800채) 등 모두 10곳에서 사전청약이 진행된다.
정부는 이외에도 이달 말까지 광명·시흥 등에 이어 추가 신도시를 발표하고, △5월 초에 소규모 택지 △5월 중에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 등 민간제안에 대한 통합공모 결과 등도 확정 공개할 예정이다.
홍 직무대행은 “7월부터는 3기 신도시에 대한 사전청약이 개시되고, 2·4대책 지구도 본격 지정된다”며 “주택공급 대책에 대한 국민 체감 폭이 넓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투기 방지 관련 법안 속속 입법 예고
LH 직원 땅 투기 의혹 제기 이후 쏟아지고 있는 공직자 부동산 투기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도 속도가 높여진다.
우선 관련 법령 19개 가운데 이미 발의가 끝난 7개를 제외한 나머지 법안도 이달 중 발의될 수 있도록 조치가 이뤄진다. 또 11개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개정사항도 입법 예고 등 후속조치가 빠르게 추진된다.
특히 모든 농지에 대해 농지원부제 작성이 의무화되는 내용의 농지법 개정안이 오늘(21일) 입법 예고되고, 주말농장용 농지는 사업용 토지에서 제외하는 소득·법인세법 시행령 개정안도 다음달 중 입법 예고될 예정이다.
LH 혁신 방안도 빠르게 진행된다. 우선 택지 및 토지조사 기낭을 한국부동산원에 넘기고, 신도시 개발업무를 각 지방자치단체 산하 개발공사에 맡기는 등 조직 기능을 축소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와 함께 투기방지를 위한 내부 통제 장치와 경영 혁신을 위한 구조조정 방안 등이 마련된다. 정부는 청와대와 여당과 협의를 거쳐 5월 중 최종안을 확정한 뒤 발표할 계획이다.
● 보궐선거 후유증 조기 차단
이처럼 정부와 여당이 적극적으로 속도전을 펼치는 이유는 참패로 끝난 ‘4·7 보궐선거’의 후유증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선거를 통해 드러난 유권자들의 부동산 관련 불만을 잠재우지 않으면 내년 3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와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까지 고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움직임에 대해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잖다. 무엇보다 여권의 핵심 지지층인 일부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정책 뒤집기가 오히려 집값 상승 등 부작용을 불러오고, 자산양극화 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책 뒤집기와 관련한 최종 결정은 다음 달 새 여당 지도부와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한 뒤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의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동아일보 기자에게 “그간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세금 기준 완화에 부정적이었지만 임기 말로 갈수록 여당의 발언권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며 “할 수 있는 부동산정책 조정은 최대한 서두르자는 것이 여당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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