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원료로 만든 프리미엄 향수
개성 중시하는 20, 30대 사로잡아
20만∼40만 원대 고가에도 불티
퍼퓸바 만들고 브랜드 입점 확대
마스크 착용이 장기화됨에 따라 메이크업 대신 향기로 본인의 개성을 나타나는 뷰티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또한 실내 생활이 길어지며 향으로 기분을 전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향수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프리미엄 향수인 니치 향수가 나만의 특별함을 찾는 고객들과 향수 마니아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니치 향수는 틈새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니키아(nicchia)에서 파생된 말로 극소수 성향을 위한 프리미엄 향수이다. 전문 조향사들이 천연 향료와 희귀 성분 등 고급 원료를 주재료로 사용해 마니아스러운 향이 특징이다. 천연향을 추출하는 과정이 섬세하고 복잡한 데다 소량밖에 얻을 수 없어 값이 비싸고, 합성향료와 달리 풍부하면서도 원료 특유의 개성을 살려서 만들어진다.
니치향수는 설립자들의 철학과 스토리가 포함되어 독자적인 향의 세계를 구현하기도 한다. ‘메종 마르지엘라’ 향수의 경우 특별한 장소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콘셉트로, 향수를 뿌렸을 때 코르시카 해변이나 꽃잎으로 뒤덮인 파리와 같은 이미지로 사용자들을 안내한다. 또한 대량 생산을 지양하고 브랜드의 가치와 품질의 우위에 중심을 둔다. 유럽 왕실의 공식 향수업체로 지정되어 고품질의 원재료와 전통 핸드메이드 제조방식을 고수하는 크리드 향수가 대표적인 예이다.
롯데백화점 조연실 화장품 치프바이어(선임상품기획자)는 “롯데백화점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조 말론 런던, 딥티크, 바이레도 등의 니치 향수를 구매하는 고객 중 20, 30대의 비중은 무려 45%로, 소수를 위한 향이라는 니치 향수의 콘셉트가 개인화와 차별화를 추구하는 MZ세대의 소비성향과 부합해 인기를 끄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가치 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모델을 내세운 이미지 마케팅보다는 니치 향수 설립자들의 이야기와 철학이 구매욕을 더 자극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젊은 고객들을 중심으로 고가 향수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며 뷰티업계는 관련 사업을 강화하는 추세이다.
롯데백화점 향수 판매 추이를 분석해 보면 니치 향수 확산의 초창기인 2018년에는 전년 대비 4.4% 신장했으나 본격적으로 시장이 확장된 2019년부터는 전년 대비 20% 이상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인 2020년에도 21% 신장하며 니치 향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리뉴얼 당시 샤넬, 디올, 에스티로더 등 명품 코스메틱 브랜드들의 매장 구성을 살펴보면 기존에 매장 상품의 5∼10%를 향수로 구성했던 것과 달리 매장 내 ‘퍼퓸바’를 별도로 구현해 향수 비중을 10∼20%까지 확대했다. 국내 향수 디스트리뷰터도 신규 니치 향수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씨이오인터내셔널은 ‘메종 마르지엘라’를 도입하였고, 코익퍼퓸은 ‘그라프’를, 금비 화장품은 ‘르쿠방’ ‘더디퍼런트컴퍼니’를 올해 론칭했다.
향은 영상이나 글로 표현되기 어렵고 같은 향일지라도 착향하는 사람의 체온 등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발현된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니치 향수는 20만∼40만 원대의 고가로 직접 시향 후 구매를 위해 백화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롯데백화점은 이런 고객들의 수요를 반영해 조 말론 런던, 바이레도, 딥티크, 아쿠아디파르마, 불리1803, 크리드 등 다양한 니치 향수 브랜드를 입점시켜 왔으며, 올해도 변화하는 MZ세대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백화점으로 신규 고객을 유입시키기 위해 니치 향수 라인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 롯데백화점은 봄여름 시즌 MD 개편 시 부산본점의 니치 향수 브랜드 면적을 기존 대비 3배 이상 늘려 전체 화장품 매장의 15%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 대표적으로는 영국 왕실이 사랑한 니치 향수 브랜드인 ‘펜할리곤스’와 프랑스의 아이코닉한 니치 향수 브랜드인 메종 마르지엘라를 4월 30일(금) 오픈한다. 특히 메종 마르지엘라 향수는 지방 권역 1호점으로, 롯데백화점 최초로 오픈하는 아이코닉한 향수 매장이다.
메종 마르지엘라는 파리에 본사를 둔 프랑스의 패션 하우스로 1988년 벨기에 디자이너 마르탱 마르지엘라에 의해 설립되었다. 메종 마르지엘라 ‘레플리카 프래그런스 라인’(향수)은 의복과 액세서리 컬렉션에서 영감을 받아 2012년에 탄생했다. 메종 마르지엘라의 창조적 과정을 재해석한 13종의 ‘오 드 투알렛 프래그런스’는 기억과 연결되어 있다. 대표 상품은 ‘레이지 선데이 모닝’이다. 일요일 아침의 상쾌하고 따스한 이불 시트의 포근함을 표현한 향수이다.
펜할리곤스는 1870년대 고급 향수 스토어를 운영하던 윌리엄 펜할리곤스가 영국 왕실 공식 미용사와 조향사로 임명되면서 탄생한 브랜드이다. ‘영국 왕실의 향수’로 대표되는 향수이다. 대표 아이템은 ‘루나’이다. 초승달 빛에서 영감을 얻어서 만든 향수로, 신선한 꽃과 쌉싸름한 비가레이드 오렌지, 검붉은 앵두를 닮은 주니퍼 베리의 선명한 향이 특징이다.
롯데백화점 김시환 화장품팀장은 “최근 고객의 뷰티 트렌드 변화에 따라 니치 향수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향은 오프라인에서 고객이 직접 체험하고 경험해야 하는 콘텐츠로, 백화점에서 고객들에게 더 많은 향을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롯데백화점의 시그니처 향수 존인 ‘퍼퓸 아일랜드’를 도입해 고객이 다양한 퍼퓨머리를 한자리에서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매장을 구현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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