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인한 고용충격이 남성보다 여성, 그중에서도 기혼여성에 집중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성 고용비중이 높은 대면서비스업에서 타격이 컸고 학교폐쇄 등으로 가정내 돌봄부담도 늘어난 영향이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2일 ‘코로나19 고용충격의 성별격차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비롯한 과거 경제위기와 달리 코로나19 위기에선 여성 고용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으며 이는 기혼여성의 고용률 하락에 주로 기인했다”고 밝혔다.
위기 초기인 작년 3월 핵심노동연령인 25~54세 여성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54만1000명 감소해, 남성 취업자(32만7000명 감소)보다 감소폭이 컸다. 김 연구위원은 “여성고용이 남성고용보다 큰 폭으로 감소하는 현상은 과거 경제위기에선 관찰되지 않았던 독특한 현상”이라고 부연했다.
이는 코로나19 위기에서 고용충격이 기혼여성에게 상대적으로 집중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혼인상태별·성별 고용률 변동을 분석한 결과 위기 국면에서 미혼 여성과 남성 간 고용충격 격차는 미미한 반면 IMF 외환위기에선 기혼남성의 고용률 감소폭이 컸고, 코로나19 위기에선 기혼여성에 상대적으로 고용충격이 집중됐다.
김 연구위원은 노동수요 측면에선 여성 종사자 비중이 높은 대면서비스업이 코로나19 충격을 직접 받았고, 노동공급 측면에선 보육시설 운영중단과 학교폐쇄로 가정 내 자녀돌봄 부담이 크게 늘어나며 성별에 따라 고용충격이 다르게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자녀양육을 포함한 가사노동을 주로 여성이 맡아서다.
이에 취업상태에서 실직할 확률, 경제활동을 중단할 확률도 기혼여성이 기혼남성에 비해 높았다.
코로나19 1차 확산 당시인 작년 3월 기혼여성이 실직할 확률은 1.39%로 기혼남성(0.75%)보다 컸고, 경제활동을 중단할 확률은 기혼여성이 5.09%로 기혼남성(1.67%)보다 3배가량 높았다.
여기서 업종이 미치는 효과를 분리하면 실직할 확률의 성별격차는 0.3%포인트(p)로 줄었으나, 경제활동을 중단할 확률의 성별격차는 여전히 1.0%p로 유의미하게 높았다. 대면서비스업의 일자리 감소가 여성 실업 증가엔 영향을 미쳤으나, 여성의 경제활동 중단 배경까진 설명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김 연구위원은 이에 31세 이하(자녀 없음), 32~38세(영유아 자녀), 39~44세(초등학생 자녀), 45세 이상(중학생 이상 자녀)으로 가정해 연령별 분석을 한 결과 39~44세 집단에서 경제활동 중단 확률이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해 학교폐쇄가 여성 경제활동을 제한하는 주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을 것으로 봤다.
경제활동을 중단할 확률의 성별격차는 39~44세에서 2.8%p로 가장 높았고 이어 32~38세(2%p), 45~54세(1%p), 31세 이하(-1.2%p) 순이었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초등학생 자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연령대 여성의 노동공급이 가장 크게 감소한 건 영유아 중심 현행 돌봄지원정책이 초등학생 이상 자녀도 충분히 포괄할 수 있도록 개편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면서비스업 등 노동수요 충격이 큰 부문의 실직자 고용지원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19 위기로 디지털경제 가속화 등 경제구조 전환이 예상돼 실직자가 새 유망산업으로 이동해 적응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 강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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