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때 빛난 FTA지원센터
통관지연 걱정이던 車부품사에
싱가포르 거쳐 필리핀 수출 조언
‘아세안 세관협정’ 활용이 비결
15개 센터, 中企 해외개척 지원
한국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A사는 지난해 4월 필리핀 업체에 부품을 수출하기로 하고 물품 선적 준비에 나섰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필리핀 당국이 항만 봉쇄에 나서며 일정이 꼬였다. 당초 2주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되던 통관 기간이 2배가량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통관이 지연되면 물류 비용도 증가하고 고객사와의 약속도 지키지 못하게 된다.
A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리핀 업체를 연결해준 KOTRA 마닐라무역관을 찾았다. 무역관은 ‘FTA 해외활용지원센터’와 손을 잡고 A사 돕기에 나섰다. 센터는 “아세안 국가에서 출발한 선적품은 다른 국가 출발 선적품보다 더 빨리 필리핀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정보를 알아냈다. 아세안 국가들이 체결한 ‘아세안 세관협정’이 있었던 것이다.
기업 혼자서는 알기 어려운 현지 제도를 활용한 덕분에 A사는 싱가포르를 거쳐 필리핀으로 2주 만에 물건을 보낼 수 있었다. A사 관계자들은 “센터의 도움이 없었다면 필리핀 측과의 거래가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쳤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지난해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은 국가 간 인적교류를 단절시켰고 무역마저 다소 주춤하게 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난해 5128억5000만 달러어치 수출을 일구며 무역 강국으로서 면모를 이어갔다. 최근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코로나19로 어려운 와중에도 FTA 해외활용지원센터가 해외시장 개척에 큰 힘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FTA 해외활용지원센터는 산업통상자원부와 KOTRA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원활한 무역을 돕기 위해 2015년 중국을 시작으로 개설됐다. 한국은 현재 17개 FTA 체결을 통해 56개국과 자유무역을 하고 있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8%에 달하는 규모다.
A사 사례처럼 FTA 해외활용지원센터는 개별 중소기업이 알기 어려운 FTA 제도, 현지 무역정책 등 복잡한 규정들을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 주요국과 멕시코, 영국까지 8개국에 15개 센터가 운영 중이다. 기업에는 해외 무역현장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주민센터’ 역할을 한다.
코로나19로 무역 현장에서는 이제껏 없었던 상황들이 다반사로 벌어졌다. 지난해 1분기(1∼3월)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품귀 현상을 빚었던 마스크를 비롯해 방역물품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지난해 3월 B기업협회는 중국에서 마스크를 들여오기 위해 상하이 FTA 해외활용지원센터를 찾았다. 마스크 제조사는 찾았지만 당시만 해도 핵심 방역물품인 마스크를 반출하는 건 쉽지 않았다. 센터는 중국에서 ‘의료기계 수출판매 허가증’이 있는 업체를 수소문했다. 한중 FTA를 활용해 마스크 제조사와 계약하고 열흘 만에 마스크 7만 장을 국내에 들여왔다. 마스크에 한시적으로 관세를 매기지 않은 국내 제도도 소개했다.
FTA 해외활용지원센터는 FTA 활용 정보를 알리고 기업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것을 주 업무로 한다. 전담 직원이 상주하며 통관과 인증 등에 도움을 주고 유관기관과의 협력도 이끌어 낸다. 지난해에만 한국 기업에 3902회 컨설팅을 벌이며 FTA를 활용한 무역 지원을 했다. 올해에는 유럽연합(EU) 탈퇴로 한국과 새로 FTA를 맺은 영국(런던)에서도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손수득 KOTRA 경제통상협력본부장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많은 기업이 FTA 해외활용지원센터와 함께 FTA를 지혜롭게 활용했다. 올해도 그동안의 경험들과 센터의 지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수출 성공 사례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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