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가상화폐 상장때부터 관리하는데…소극적인 정부, 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5일 19시 32분


가상화폐 난립과 시세 급등락으로 투자자 손실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가상화폐에 대한 관리 감독이 시장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와 자금세탁 등 불법 행위를 막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미국과 일본 등은 가상화폐 상장(ICO·가상화폐공개) 단계부터 관리 감독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은 2018년부터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연방법으로 가상화폐 발행을 규제한다. 가상화폐 유통 단계에서는 개별 주가 법으로 관리·감독한다. SEC가 증권거래법에 따라 가상화폐 공개 과정에서 불법 ICO를 조사하고 법 위반 소지가 있으면 사전에 ICO를 중단한다.

가상화폐 유통은 주별로 관리한다. 뉴욕 주에서는 2015년 가상자산 관련 규제인 ‘비트라이선스’를 만들고 이용자 보호 및 공시 의무, 불법자금세탁행위 예방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제하고 있다. 워싱턴 주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소와 같은 가상자산 취급업소에 대해 기존 자금송금업법을 적용한다.

스위스와 싱가포르는 금융당국이 ICO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해외 자산 유치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일본은 가상화폐를 지불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업체에 면허를 발급하고 가상자산으로 상장하려면 금융청의 사전 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2019년 4월부터 기업성장변화법을 시행해 가상자산 발행과 유통을 규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7년부터 강제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ICO를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해외 거래소에 상장한 후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가이드라인이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올해 3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을 시행해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해 자금세탁방지 의무 요건을 준수하도록 했다. 하지만 가상화폐 발행부터 규제하는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상장 혹은 발행 단계에서 거래소 및 가상화폐 거래 과정을 관리·감독할 수단이 없다.

이 특금법 개정안에 따라 거래소는 은행으로부터 실명의 가상계좌를 발급받아야만 영업을 할 수 있는데, 정부는 발급 기준을 은행이 자체적으로 판단하도록 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상화폐 거래 규모가 주식 시장을 웃돌고 있는 만큼 이 시장을 외면할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규제 틀 안에 넣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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