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 강화와 난임 해결, 건강한 출산의 열쇠 유산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6일 03시 00분


[2021 TREND WATCH]

다양한 유산균 제품. 미생물 발효기술과 약물 코팅기술은 물론 내산성이 뛰어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다양한 유산균 제품. 미생물 발효기술과 약물 코팅기술은 물론 내산성이 뛰어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난임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유산균을 주목할 것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중 20대 엄마로부터 태어난 아이의 수는 전체의 22.1%(6만2백명)로 1990년 80.7%(52만4천4백11명)에서 급감한 반면 30대 엄마가 낳은 아이는 1990년 17.5%(11만3천6백75명)에서 72.4%(19만7천3백 명)으로 크게 늘었다. 또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2010년 28.9세에서 지난해 30.8세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시기가 늦어짐에 따라 평균 출산 연령도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난임(難姙·1년 이상 시도했음에도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 문제가 증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산부인과학회는 노산의 기준을 만 35세로 정하고 있는데, 나이가 들수록 난소의 기능이 떨어져 자연 임신이 어려워진다는 것이 난임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난임은 개인의 고통은 물론 출산율을 떨어뜨려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2020년 0.84명으로 이미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2040년 0.73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아울러 난임의 증가도 출산율 저하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정부는 2019년 난임치료시술 건강보험 적용에 대한 연령제한을 폐지하고 지원 횟수를 늘리는 등 의료보험 급여화를 확대했다. 그 결과 한 해 평균 20만 명 이상이 난임병원을 방문하고 9만여 건의 난임치료시술(인공수정, 시험관아기 시술)과 임신을 위한 치료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난임치료시술만이 난임 극복의 해법은 아니라는 조언도 나온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이사는 “여성의 나팔관 기능, 남성의 정자 수와 활동성 등의 문제로 자연임신이 되지 않는 상황이 아니라면 난임치료시술을 받기에 앞서 운동과 식이요법, 영양제 등으로 몸 관리를 하며 산부인과 전문의의 조언에 따라 자연임신을 꾸준히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유산균을 추천하는 이유
전문가들은 유산균 섭취도 난임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의 몸에는 수천 개에 달하는 종류의 장내 미생물이 100조 가량 서식하고 있다. 장내 미생물의 80%가 대장과 소장에서 활동하며 나머지 20%는 입, 생식기, 피부 등에 흩어져 있다. 체내 미생물 최적의 비율은 유익균 25%, 유해균 15%, 중간균 60%이며 이 비율이 무너지면 각종 질병에 노출되고 가임기 여성의 경우에는 임신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한다.

문경용 아이오라여성의원 원장은 “난임을 겪는 여성은 체내 미생물 비율이 깨진 경우가 많다”며 “여성의 생식기관엔 약 2백 종 이상의 세균이 사는데, 그 중 유익균 락토바실리아는 질내 산성도를 낮게 유지시켜 해로운 세균이 침입하는 것을 방지한다. 이 같은 질서가 깨지면 각종 염증을 일으키는 세균이 침입해서 결과적으로 착상을 방해한다”고 밝혔다.

또한 35년차 난임 전문의 조정현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은 “여성은 요도 길이가 짧고 항문과의 거리가 가까워 회음부 및 질 입구에 바이러스가 쉽게 증식할 수 있다”며 “질 내 좋은 세균이 있어야 나쁜 세균을 방어할 수 있는데, 유산균을 꾸준히 섭취하면 질 내 유익균 증식을 돕고 유해균을 억제할 수 있다. 예컨대 프로바이오틱스(장까지 생존율을 높인 활생균) 유산균은 유익균 락토바실리아를 무사히 질강 내부까지 도착하게 돕는다”고 말했다. 또 “유산균 섭취를 꾸준히 하면서 시험관아기 시술을 할 경우 임신 성공 확률이 올라간다는 유럽생식학회의 연구 결과도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유산균 섭취는 임신부에게도 적극 권장된다. 질염 등 질병을 예방하고 변비 증상을 완화하는 등 원활한 출산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주창우 서울마리아병원 진료부장은 “여성은 배란과 생리 등을 이끄는 생식 관련 호르몬 때문에 남성보다 변비에 걸릴 확률이 높다. 특히 임신이 되면 황체호르몬(프로게스테론)이 분비되는데, 이는 대장의 연동운동을 둔화시켜 변비를 유발할 수 있다. 식이섬유와 유산균을 섭취하는 것이 이러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유산균 섭취는 태아의 건강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며 “예컨대 임신 중 유산균 섭취가 태아의 아토피성 피부염의 위험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산모에게 필수적으로 유산균제를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산균 섭취는 여성 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좋다. 서주태비뇨기과의 서주태 원장은 “정액에는 여러 가지 균이 있다. 이 중 안 좋은 균들은 정액의 질을 떨어뜨리지만 락토바실리아 같은 유익균은 정자를 보호하고 건강하게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며 “정자의 수와 활동성에 문제가 있는 남성이라면 유산균 섭취를 권한다”고 조언했다.

효식품 김치는 유산균을 다량 함유한 대표적인 음식이다.
효식품 김치는 유산균을 다량 함유한 대표적인 음식이다.

좋은 유산균을 고르는 기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생명력’
면역력도 난임을 좌우하는 요소다.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기면 반복 유산이나 반복 착상 실패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면역력을 강화하면 임신에 보다 도움을 줄 수 있다. 장내 미생물 균형을 맞춰주는 유산균은 면역력 증가에도 도움을 준다. 미생물 연구 전문가인 양철수 한양대 분자생명과학과 교수는 “장내 미생물 균형이 깨지면 비만, 당뇨, 우울증, 자폐증, 암 등 여러 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면서 “장은 그 자체가 거대한 면역체계다. 면역세포 70∼80%가 장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장내 유해균이 많으면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면역력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산균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에 제약업계에 이어 식료업계까지 유산균 업계에 나서고 있다. 다이어트 유산균, 면역 유산균, 임신유산균 등 유산균 본래의 기능은 물론 특화된 기능까지 갖춘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제품이 다양해진 만큼 소비자에겐 선택의 고민이 따른다. 좋은 유산균을 고르는 기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생명력’이다. 유산균 섭취는 유산균이 장과 생식기까지 도달해 유해균을 억제하고 유익균의 생장을 촉진해야 비로소 의미가 있기에 유산균이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하는 것이 관건이지만 위산에 의해 대부분 위에서 사멸하고 30∼40%만 장에 도착한다. 따라서 우수한 미생물 발효기술과 약물 코팅기술이 적용됨은 물론 위산을 견딜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 근래 유산균 중 내산성이 우수한 것만을 배합해 만든 히게이아 혼합유산균이 각광을 받는 까닭이다.

물론 유산균은 식품으로도 섭취 가능하다. 널리 알려져 있듯 우리나라 전통 음식 가운데는 유산균을 다량 함유한 식품이 많다. 된장, 청국장, 김치 등의 발효식품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가 대표적이다. 이 식품들엔 프로바이오틱스가 풍부하다. 김치의 경우 담근 후 8일 정도 지났을 때 가장 많다. 된장과 청국장의 경우 열로 조리하면 대부분의 유익균이 사멸하는데, 찌개를 만들 때 조리시간을 10분 이내로 하면 유익균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다. 설령 그 이상의 조리로 유익균이 죽는다 해도 장내 유익균의 먹이 역할을 하는 ‘프리바이오틱스’가 돼 효과를 낸다.

유산균의 배변활동 촉진은 정신 건강에도 이롭다. 조정현 원장은 “1년 이상 코로나19 감염 위협에 시달리며 사람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졌다. 행복감을 높이려면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잘 분비돼야 하는데, 세로토닌의 90%가 소장에 존재한다. 음식이나 유산균제로 장내 유익균을 늘려 원활한 배변활동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은 배변이 원활하고 혈행이 좋아야 복부가 쾌적해 임신이 잘 된다”며 이 역시 난임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임신을 돕는 영양소
여성 : 유산균, 엽산, 비타민 C , 비타민 E, 비타민 D, 이노시톨, 식물성 단백질, 불포화지방, 레스베라트롤, 코엔자임Q-10

남성 : 유산균, 엽산, 아연, 셀레늄, 비타민 C, 비타민 D, 타우린, 코엔자임Q-10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이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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