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히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공모가를 희망밴드 최상단인 주당 10만5000원으로 확정 짓고 28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일반투자자 공모주 청약을 시작한다. 공모 규모만 2조2459억원으로 삼성생명(4조8881억원), 넷마블(2조6617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2조2496억원)에 이은 역대 4위 수준의 초대형 IPO가 될 전망이다.
배터리 분리막 생산 기업인 SKIET는 같은 배터리 소재 생산기업의 평균 EV(기업가치)/EBITDA(상각전영업이익) 배율을 통해 기업가치를 9조4581억원으로 산정했다. 여기에 20%가량의 할인율을 적용해 공모가를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EV/EBITDA는 기업가치(EV)와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상각전영업이익(EBITDA)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지표다. 기업이 자기자본과 타인자본을 이용해 어느 정도의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통상 기업가치를 책정할 때 널리 쓰이는 지표다.
배터리 4대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을 생산하는 국내외 기업 중 배터리 소재 매출 비중이 30% 이상인 9개 회사 중 최근 6개월간 분할·합병 등 기업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사건이 없었던 6개사(중국 창신신소재·엘앤에프·에코프로비엠·일진머티리얼즈·포스코케미칼·천보)를 추려 비교군으로 선정했다.
이들의 EV/EBITDA는 Δ창신신소재 52.2배 Δ엘앤에프 135.9배 Δ에코프로비엠 37.8배 Δ일진머티리얼즈 35.6배 Δ포스코케미칼 77.8배 Δ천보 37.2배 등으로 집계됐다. 이중 EV/EBITDA가 가장 높은 엘앤에프를 제외하고 5개사 평균은 48.1배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주당 평가액은 13만572원인데 여기에 할인율 19.6%를 적용해 공모가를 10만5000원으로 확정지은 것이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의 평가액 대비 할인율은 평균 19.0%(밴드 상단 기준)로 이와 유사한 수준이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주관사 측이 산정한 기업가치 대비 20%가량 할인된 7조4862억원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50위 수준(27일 기준)이다.
만일 상장 첫날 이른바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2배로 시작해 상한가)에 성공하면 시가총액은 19조4641억원으로 엔씨소프트보다 한단계 높은 23위로 뛰어오른다. 이 경우 EV/EBITDA 역시 99배로 치솟아 동종업계 대비 고평가 구간에 접어들게 된다.
다만 향후 실적 상승세가 나타난다면 밸류에이션 부담 역시 낮아질 수 있다. 회사 측은 지난해 ‘티어1(Tier1)’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점유율 26.5%로 세계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빠르게 성장하는 습식 분리막 시장에 맞춰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SKIET의 전기차용 습식 분리막 판매량은 2018년 대비 490% 늘었다. 같은 기간 시장이 19%가량 확대된 것과 비교하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한 셈이다. SKIET가 현재 확보한 생산능력은 10억4000만㎡ 수준이다. 연간 전기차 100만대에 쓸 수 있는 규모다. 2024년에는 27억3000만㎡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SKIET는 투자설명서에서 “현재까지 회사의 성장은 전방시장인 배터리 시장과 최종 전방시장인 전기차(EV)와 IT기기의 성장에 기인했다”면서 “각국의 친환경 정책과 모든 사물이 무선화되고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도래하면서 EV, IT기기 등 최종 전방시장의 급격한 팽창이 예상된다. 성장세가 산업의 형성 시기와 대비해서는 소폭 둔화될 수는 있지만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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