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ET, 청약 첫날 22조 신기록…SK바사 기록 ‘훌쩍’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8일 18시 31분



“아침 7시에 왔는데 4시간 넘게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김모 씨(78)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에 청약하기 위해 28일 오전 7시에 서울 영등포구 SK증권 여의도지점에 도착했다. 오픈 시간보다 2시간이나 일찍 왔지만 그가 받은 번호표는 36번이었다. 오전 3시에 도착한 사람들도 있었다.

오전 11시를 넘겨서도 김 씨를 포함해 투자자 25명은 지점 앞 복도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 씨는 “내일은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 다른 증권사에서 SKIET에 청약할 계획”이라며 “이번 청약에 총 2000만 원을 넣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상반기(1~6월) 기업공개(IPO) 기대주로 꼽히는 SKIET가 일반 공모주 청약을 시작하자 첫날에만 22조 원이 넘는 뭉칫돈이 몰렸다. 여러 증권사에서 복수 청약이 가능한 마지막 대형 공모주인 데다가 최근 각광받는 2차전지 기업이어서 투자 열기가 뜨거웠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SKIET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 5개 증권사에 첫날 22조1594억 원의 증거금이 들어왔다. 지난달 역대 최대 증거금(약 64조 원)을 끌어 모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첫날 증거금(14조1474억 원)을 크게 웃도는 금액이다. 5개 증권사의 평균 청약 경쟁률 역시 78.93 대 1이었다.

이르면 6월부터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 중복 청약이 금지돼 ‘막차’를 타려는 개인투자자들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여러 증권사에 계좌를 만들어 더 많은 공모주를 배당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이에 따라 자녀 이름으로 주식 계좌를 만들어 청약 가능한 계좌 수를 늘린 투자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모 씨(39·여)는 전날 6세 딸과 함께 한 증권사 지점을 방문해 딸 이름으로 계좌를 만들었다. 이 씨가 최근 개설한 딸 명의의 주식 계좌는 모두 4개. 이 씨는 “남편과 딸 계좌까지 더해 13개 계좌로 SKIET 청약에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뛴 뒤 상한가)에 대한 기대도 개미들을 공모주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SKIET의 공모가는 10만5000원. 따상에 성공하면 주가는 27만3000원까지 올라 일반 청약자는 하루에 주당 약 17만 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청약 마지막 날인 29일 경쟁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통상 눈치 싸움을 하다가 마지막 날 청약하는 투자자가 많다”며 “워낙 경쟁률이 높아 균등배분(최소 증거금 이상을 낸 사람들에게 동등하게 배분)으로 공모주를 받지 못하는 청약자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은 청약자가 균등배분 물량보다 많아 1주도 받지 못하는 청약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번 청약 열기의 가장 큰 수혜자는 SKIET 직원들로 꼽힌다. SKIET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된 주식은 427만8000주, 4491억9000만 원어치다. 직원 수 218명을 감안하면 1인당 배정된 주식은 20억6000만 원에 이른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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