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예정했던 수도권 11만 가구 공급 공공택지 발표가 하반기로 연기되면서 정부의 주택공급 메시지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1기 신도시의 3배 물량을 수도권에 확보해 실질적인 공급 차질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전문가들은 4일 인사청문회를 기다리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이같은 정부의 공급의지를 확인시켜주는 것을 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1만 가구 수도권 공공택지 연기한 국토부…집값불안 우려?
3일 부동산업계와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달 29일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방안(2·4 공급대책)에 대한 후속조치로 총 5만2000가구 주택공급에 대한 세부계획을 발표했다.
문제는 이날 발표한 계획안에서 빠진 13만9000가구분의 공공택지 공급분이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달 8일 “4월 중 신규택지 발표, 4~5월 중 지자체 제안 추가사업 후보지 2·3차 발표, 5월 중 민간제안 통합공모 등 2·4 대책을 포함한 주택공급대책을 일정대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날 2차 공공택지분의 발표 시점을 하반기로 잠정 연기했다. 김규철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은 “2차 공공택지 후보지의 5년간 거래분 등의 사전조사를 추진한 결과 토지거래와 지분, 법인, 미성년자, 외지인 거래 비율 등에서 생각보다 과도한 투기 정황이 발견됐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땅투기 사태를 고려했을 때 투기조사를 완료한 뒤 최종 발표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정부에서 사전에 계획된 대책이 프로세스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공급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차질은 물론 사실상 현시점에서 이런 식이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미 2018년부터 추진된 수도권 대규모 공급택지로 물량 부족 우려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분석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도권 30만가구 공급계획으로 이미 2020년까지 수도권 공공택지를 통해 84만5000가구 공급계획이 이미 발표됐고, 2·4 대책 중에선 수도권 7만가구 등 25만가구 중 13만2000가구가 확정된 상태”라고 했다. 수도권에서 약 92만가구의 공공택지 입지가 확정된 데다 하반기 2·4 대책 잔여 신규택지까지 확정되면 총 103만가구가 꾸려지는 셈이다.
◇“92만 가구 공공택지 물량 이미 확보…1기 신도시 3개를 만들 수 있는 셈”
특히 현재까지 확정된 공공택지분으로 약 3개의 1기 신도시를 만들 수 있다. 또 92만 가구는 장기 주거종합계획(2012~2022년)에 따른 수도권 연평균 주택수요 약 22만가구의 4배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김규철 단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3기 신도시 등 공공분양 3만 가구에 대한 사전청약으로 주택공급이 본격화 되면 공급 효과가 가시화된다”며 “연초 패닉바잉을 유발했던 상황과는 시점과 공급상황이 분명하게 차이가 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11만 가구 등 13만1000가구의 신규택지 발표로 마찬가지다. 정부 관계자는 “1~3개월 정도의 조사기간은 장기간 소요되는 택지개발 기간이나 절차를 단축하는 방법으로 만회할 수 있다”며 “이를 고려하면 투기수요를 확실히 걷어내고 차질없는 공급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귀띔했다.
가장 뚜렷한 수도권 공급부지인 3기 신도시 추진현황도 순조롭다. 남양주왕숙·하남교산·인천계양 지구는 사전청약 전인 5~7월 지구계획을 순차적으로 확정하고 고양창릉, 부천대장은 지구계획 승인 신청(3월) 후 지자체 등 관계기관 협의 중이다. 문제가 됐던 광명시흥 지구도 조사 완료 후 내년 상반기 지구지정을 목표로 제반 절차를 진행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남양주왕숙과 왕숙2, 고양창릉·부천대장은 3분기부터 토지보상를 착수해 연내 보상을 진행할 방침”이라며 “올해엔 인천계양을 시작으로 3만가구에 대한 사전청약도 실시한다”고 전했다. 최종 입주는 광명시흥을 제외한 3기 신도시는 2023년 본청약을 거쳐 2025년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수요층이 원하는 위치와 주택형에 괴리가 있거나 실수요층의 불안을 간과하면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가 실현될 경우 집값불안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고 본다.
국회 관계자는 “재건축과 과세완화에 이어 공급택지 연기 메시지는 주택시장 불안의 양축이 될 수 있다”며 “택지보상비용과 복잡한 수용절차가 필요 없는 육군사관학교 부지나 인천공항과 통합 논의가 가능한 김포공항 부지 등의 대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치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김포공항은 20만 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부지일 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의 고도제한도 풀리게 돼 3기 신도시의 용적률까지 올릴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보탤 수 있다”며 “시간 절약과 효율성을 모두 확보한 방안을 먼저 시장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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