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에 넣어두기만 하면 3, 4%씩 이자가 붙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금융회사에 내는 연 0.1∼0.5%의 수수료도 쌓이면 수백만, 수천만 원이 되는 만큼 어떤 퇴직연금 계좌를 선택할지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삼성증권의 연금 영업전략을 이끄는 사재훈 부사장(채널영업부문장)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퇴직연금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국내 금융권 최초로 ‘수수료 0원’인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내놓고 퇴직연금 시장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 “세제 혜택으로 투자 수익 극대화”
지난해 말 현재 255조 원대로 커진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2050년이면 10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에서도 퇴직연금 계좌의 일종인 IRP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2017년 말 15조3000억 원이던 IRP 적립금 규모는 지난해 말 34조4000억 원으로 3년 만에 2배 이상으로 커졌다.
사 부사장은 “IRP의 최대 장점은 세제 혜택”이라며 “운용 기간에 세금을 떼지 않는 만큼 투자금이 늘어나 복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퇴직금을 IRP 계좌에 입금하고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의 30%를 감면해준다. 이와 별도로 개인이 추가 납입하는 금액에 연간 최대 700만 원까지는 최대 16.5%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특히 일반 계좌로 해외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면 매도 시점에 매매 차익에 대해 배당소득세(15.4%)를 매기는 반면에 IRP 계좌를 활용하면 매도 시점에 과세하지 않고 연금 수령 때 연금소득세(3.3∼5.5%)를 물린다. 사 부사장은 “IRP는 과세 이연이 되는 만큼 해외 주식에 관심이 많은 서학개미라면 한도 내에서 IRP 계좌를 적극 활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현재 금융사별 IRP 적립금 비중은 여전히 은행권이 69%(23조8000억 원)로 가장 높다. 이어 증권사가 22%(7조5000억 원), 보험사가 9%(3조 원)를 차지한다. 하지만 수익률은 증권사가 돋보인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의 IRP 평균 수익률은 6.58%로 은행(3.50%), 생명보험(2.96%), 손해보험(2.24%)을 크게 앞선다.
사 부사장은 “증권사 IRP 계좌로는 예금뿐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등 시장 상황에 맞춰 다양한 자산에 대한 투자가 가능하다”며 “최근 고객들이 증권사로 많이 옮겨 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IRP 수수료, 다양한 편입 자산 고려해야”
사 부사장은 “IRP는 운용 손익에 따라 연금 수령 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에 관리가 중요하다”며 “가입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고, 얼마나 다양한 자산을 담을 수 있는지, 수수료는 얼마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금융사들은 IRP 계좌 적립금에 연 0.1∼0.5% 수준의 운용·자산 관리 수수료를 매기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삼성증권은 금융사 최초로 수수료가 없는 IRP 계좌를 선보이며 ‘수수료 면제 경쟁’에 불을 질렀다. 예컨대 퇴직금 1억 원을 입금한 뒤 20년간 매년 3%의 수익을 올릴 경우 수수료가 없으면 연금 수령 때 1000만 원 정도를 더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사 부사장은 “수수료 유무로 연금 수령액 차이가 이만큼 벌어질 수 있다. 원금 보장형 상품으로 퇴직연금을 굴리고 수수료까지 내면 수익률은 더 떨어지는 셈”이라고 했다.
IRP 계좌에 어떤 상품을 담을지 결정하기 어려운 투자자를 위해 포트폴리오 상품도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부터 ‘원금은 소중해’ ‘투자가 필요해’ ‘투자를 좋아해’ 등 IRP 가입자가 자신의 성향에 맞게 연금 포트폴리오를 손쉽게 골라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각각의 지난해 수익률은 6.35%, 16.49%, 31.29%로 전체 IRP 수익률(3.84%)을 크게 앞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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