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슬럼화 부르는 빈집, 전국 주택 10채중 1채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4일 11시 25분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동아일보 DB.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동아일보 DB.
아파트를 제외한 전국의 주택 10채 가운데 1채는 ‘빈집’으로 드러났다. 또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빈집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집은 주택 및 공간자원의 방치로 인한 자원 낭비인데다 주변 지가 하락과 인근 주민의 안전 및 건강, 위생 등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에 따라 빈집을 관리할 수 있는 보다 종합적이고 실효성 있는 관리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전국 주택 10채 가운데 1채는 빈집
국토연구원이 최근 펴낸 보고서 ‘방치된 주거자원,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개선방안’에 따르면 전국의 빈집은 2018년 말 기준 141만9617채로 집계됐다. 이는 1995년(35만6455채)과 비교할 때 4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아파트를 제외한 빈집은 같은 기간 20만1110채에서 64만7335채로 3.2배 증가했다. 이런 수치에는 미분양주택이나 무허가주택 등은 제외된 것이다.

전체 주택에서 빈집이 차지하는 비율은 1995년 3.87%에서 2018년에는 8.05%로 약 4%포인트 증가했다. 빈집 비율은 아파트를 제외할 경우 좀 더 높아져 3.50%에서 9.51%로 6%가까이 늘어났다. 아파트보다는 단독·다가구나 다세대·연립주택 등에서 빈집이 크게 늘고 있으며, 이런 주택들 10채 가운데 1채는 빈집으로 방치되고 있다는 뜻이다.

빈집의 지역적 분포를 보면 특정지역 중심에서 전국 차원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기준 빈집수가 1620채 이상인 읍면동 지역은 전국에서 불과 4곳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무려 95곳으로 24배가 증가했다. 이 가운데에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도 다수 포함돼 있다.

조정희 국토연 부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서울 등 대도시 도심지역에서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가 해제된 뒤 방치된 지역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며 “빈집 문제가 인구가 쇠퇴하는 농어촌지역뿐만 아니라 대도시에서도 발생하는 문제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 자원 낭비에 안전·위생 등에도 문제
빈집이 늘어나는 이유는 다양했다. 농어촌이나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지역 산업의 쇠퇴로 인한 일자리 감소, 주택 소유자의 고령화, 주택 상속 등이 주된 원인이었다. 대도시지역에서는 주택의 물리적 상태가 양호하고, 주택에 대한 임대수요가 있는데도 소유자가 재건축·재개발 등을 기대하고 빈집으로 방치하는 경우도 적잖았다.

문제는 빈집은 가뜩이나 부족한 도심의 주택과 토지 자원의 낭비로 이어지고, 사회적 비효율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인근 지역 주택 가치를 떨어뜨리는 등 추가적인 비용도 발생한다. 특정지역에 빈집이 생기면 주변지역에서도 빈집이 늘어나는 ‘전염효과’도 나타났다. 빈집을 방치하면 주변지역 전체가 슬럼지역으로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빈집에서 발생하는 범죄나 화재. 노후 빈집의 붕괴 우려 등은 인근 주민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 빈집에 쓰레기가 쌓이고, 벌레나 유기견 등 동물 등이 서식하면서 인근 지역 주민들의 위생과 건강에도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조 부연구위원은 “주변에 직접적인 위해를 유발하는 빈집은 그로 인한 주민 피해를 신속하고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공적관리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 종합적 관리방안 세우고, 소유주 관리책임 강화해야
정부도 그동안 빈집에 대한 관리 필요성을 파악하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해외 주요 국가들에 비해 정책수단이 다양하지 못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펼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관련법이 도시와 농촌, 조사기관별로 다르게 돼 있고, 관련 기관도 분산돼 종합적인 정책이 이뤄지지 못하는 데다 관련 재원도 부족하다는 게 문제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은 빈집 관리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운영하고 있고, 특히 일본은 ‘빈집뱅크’를 설치해 중점 관리하고 있다.

빈집에 대한 관리 의무를 소유자에게 두는 미국 영국 등과 달리 우리는 별도의 관리 의무 주체를 명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소유자에게 관리에 따른 의무와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이밖에 무허가주택 등을 제외하는 등 사각지대가 많은 빈집에 대한 법정 규정을 보다 확대하고, 철거 중심으로 돼 있는 빈집 관리방식도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조 부연구위원은 “일본의 경우 고려의 주택 소유자 사망 이후 상속된 주택이 빈집으로 방치되는 과정에서 지방의 빈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우리나라 역시 앞으로 예상되는 빈집 증가를 고려해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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